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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의 슬기로운 조직생활] 볼턴, 와트의 마음을 헤아리다

매월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영국 버밍엄 소호 지역의 한 저택에서 모임이 열렸다. 집주인은 기업가 매튜 볼턴, 참석자는 웨지우드 도자기의 경영자 조사이어 웨지우드, 과학자 조셉 프리스틀리, 의사이자 작가인 에라스무스 다윈(찰스 다윈의 할아버지), 증기기관 기술자 제임스 와트 등이었다. 늦은 밤 집에 돌아갈 때 불빛이 필요해서 보름날 모였다는 이 모임을 사람들은 루나 소사이어티라 불렀다. 경제사학자들은 이런 모임들이 영국의 경제발전을 이끌었으며 산업혁명의 원동력이었다고 평가한다. 기업가와 창의적 기술자의 협업 증기기관 완성, 산업혁명 동력 돼 리더·창작자는 서로 보완적 존재 상호 존중 없으면 상처뿐인 결말 1760년대 영국의 버밍엄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 성장하고 있었다. 소호 지역에는 40개 이상의 공장이 모여 단지를 이루고 있었고, 복합적이며 광범위한 산업구조가 형성된 최초의 현대 산업도시였다. 소호 공업단지의 유력한 기업가 매튜 볼턴은 루나 소사이어티를 주도하면서 자신의 사업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를 바꿀 기회를 맞이했다. 바로 와트와 함께 증기기관의 완성을 이루어낸 것이다. 루나 소사이어티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와트와 볼턴의 ‘콜라보’는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1769년 증기기관에 대한 특허를 받은 사람은 와트였지만 실제로 이를 산업혁명의 동력으로 연결하는 데는 볼턴의 공이 컸다. 기록에 따르면 와트는 제대로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기계의 원리를 기가 막히게 이해하고 해체 및 조립을 능숙하게 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는 당시 뉴커먼 엔진의 생산성을 4배나 혁신적으로 향상시키는 새로운 증기 기술을 발명했지만 이를 사업화할 자금이나 능력은 부족했다. 와트는 특히 회계나 사업적 협상 등 비즈니스에 꼭 필요한 요소들을 아주 싫어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운이 좋게도 와트에게는 볼턴이 있었다. 볼턴은 공장을 운영하면서 동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와트의 연구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두 사람은 장문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증기기술에 대해 의논했다. 볼턴은 와트를 설득해 버밍엄으로 이사하도록 했고 마침내 증기기관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완성했다. 그 과정은 기업가와 창의적 기술자가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볼턴은 다양성과 포용을 통한 융합적 문제 해결을 중시하고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의 자유로운 토론그룹이었던 루나 소사이어티를 통해 과학과 기술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고 사업가적 기질을 발휘해 자신의 공장에 적용했다. 14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정규교육 못지않은 다양한 기회를 통해 학습하면서 사업을 키웠고 타고난 마케팅 감각을 발휘했다. 볼턴은 와트의 기술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고, 이것이 사업적으로 어떻게 연계될 것인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볼턴은 자신이 가진 인맥과 영향력을 발휘하여 증기기관의 특허 기간을 연장했다. 16년에 불과한 특허 기간 내에는 상업적 가치를 가진 신제품을 출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의회의 분위기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볼턴은 끈기있게 요청하고 설득한 끝에 15년을 추가로 연장했다. 신제품이 나온 것이 1795년. 만약 예정대로 1785년에 특허만료가 되었다면 연구는 중단되었을 것이며 세계 역사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볼턴이 와트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격려하기를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와트는 완벽주의자답게 늘 비관적이었으며 자주 우울증에 빠지곤 했다. 자신의 기술이 완성될 수 있을지 고심하며 괴로워하는 와트를 지지하고 북돋우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볼턴의 중요한 임무였다. 볼턴은 와트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질수록 기업이 풀어야 할 문제는 복잡해진다. 그럴수록 논리와 직관, 모두 필요하다. 글로벌 엔터기업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과 당대의 뛰어난 프로듀서로 평가받는 민희진 대표의 갈등이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자본과 인맥, 사업적 마인드를 가진 리더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창작자, 기술자는 서로에게 보완적 존재다. 그래서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마음을 헤아리고 존중할 때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가 되면 모두에게 상처뿐인 결말만이 남게 된다. 최근 사태를 보면서 와트와 볼턴의 보완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대 교수·대외협력처장

2024-05-01

[최순화의 마켓&마케팅] 인간미 부족한 브랜드는 시기심과 샤덴프로이데 일으켜

최근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 등 한국에서 수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둔 글로벌 명품업체가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거나 얼마 안 되던 기부액마저 줄였다는 뉴스가 연일 이어졌다. 서로 경쟁하듯 가격을 인상하고 고객을 줄 세우던 기업의 인색한 모습에 대중의 시선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부와 명예, 야망을 상징하는 사치의 영역이라는 특성 탓에 명품업체에서 이타적인 모습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의 차갑고 인색한 이미지는 고객에게 고스란히 전이되기도 한다. 한국에서 기부에 인색한 명품들 고객에겐 차갑고 인색한 이미지 디지털 시대엔 따뜻함이 더 중요 구찌 입은 남성은 어떤 느낌일까 한 실험에서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남성의 사진을 보여주고 인상을 물었다. 사진 속 남성은 한 그룹에서는 평범한 파란색 티셔츠를, 다른 그룹에서는 구찌 로고가 크게 장식된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있다. 구찌 티셔츠를 입은 남성은 배려심과 따뜻함이 훨씬 적게 느껴지고 우쭐대는 인상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 담당자를 선발하는 모의 채용에서도 취미나 관심사에 프라다, 포르쉐 등을 언급한 지원자는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은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 어려워서 다양한 부서 직원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직무에 맞지 않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프린스턴 대학의 수잔 피스크 교수는 고정관념 내용 모델(Stereotype Content Model)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4개 유형으로 구분한다. 이 모델은 유능함(competence)과 따뜻함(warmth)의 두 개 차원으로 집단을 분류하고 각 집단에 대한 인식과 감정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유능함은 지적 능력, 성실성, 기술력 등을, 따뜻함은 선한 의지와 협력적 태도, 친근감 등을 의미한다. 유능함과 따뜻함을 모두 갖춘 브랜드는 소비자의 사랑과 존경을 받지만, 능력과 따뜻함이 모두 부족한 브랜드는 골칫덩어리로 여겨진다. 따뜻한 느낌을 주지만 역량이 부족하면 도움이 필요한 동정의 대상이, 유능하지만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는 브랜드는 질시의 대상이 된다. 피스크 교수는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배려와 인간미가 부족한 브랜드는 시기심과 함께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샤덴프로이데는 다른 사람의 불행에 쾌감을 느끼는 심리를 뜻하는데, 시기의 대상이 곤경에 처하면 냉담하게 반응하고 은근히 기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다. 많은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인색했던 기업의 실수나 불운이 통쾌감을 주는 것이다. 친근하고 따뜻한 모습을 보여준 상대가 위기에 처하면 걱정하고 응원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불가리와 세이브더칠드런의 협업 시기가 아닌 존경의 대상이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선한 의지를 분명하고 일관되게 보이는 것이다.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의 경우 2009년부터 국제 아동권리기관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의 파트너가 되어 전용 컬렉션 라인을 만들고 수익 일부를 후원하고 있다. 아동의 교육 불평등, 빈곤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세계 각지에서 진행하며 현재까지 37개국 200만 명 이상 아동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다. 오랜 기간 유지한 포용적 활동은 특수층만이 누리는 명품 브랜드의 배타적 이미지를 상쇄해준다. 명품 소비자가 진솔한 상대로 여겨지지 않는 것은 자신을 과시하거나 인정받기 위해 고가품을 구매한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는 제품과 브랜드의 차별적 가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열정으로 명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다. 한 연구에서는 최고급 자동차를 타는 사람이 자동차의 성능, 디자인에 관한 전문성을 보일 때 따뜻한 느낌이 반감되는 효과가 사라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품의 본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고객이 인플루언서 역할을 한다면 명품 소비에 관한 편견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MB&F는 시계학(Horology)에 열정을 지닌 고객 커뮤니티를 핵심 자산으로 꼽는다. M.A.D.(Mechanical Art Devices) 갤러리와 소셜미디어, 책자를 통해 시계 기술과 예술성에 몰입한 고객의 인지적 욕구를 충족시킨 것을 성공의 비결로 여기기 때문이다. 콧대 높은 애플의 차고 창업 스토리 자칫 차가운 인상을 줄 수 있는 IT, 금융 브랜드도 인간미를 더할 때 고객과의 관계가 강화된다. 정상에 오른 기업이 사업 초기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군분투한 이야기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부르고 정서적 연결감을 느끼도록 해준다. 콧대 높은 브랜드 애플도 허름한 차고에서 시작해 IBM과 같은 거대 기업에 도전한 스토리가 고유한 정체성의 근원이다. 2019년부터는 허술하고 산만해 보이지만 정감 가는 직원들이 엉뚱한 아이디어를 애플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완성해가는 ‘언더독(Underdogs)’ 광고 시리즈도 내놓고 있다. 비자(VISA)와 함께 세계 신용카드 시장을 이끄는 마스터카드는 1997년부터 이어온 프라이스리스(Priceless) 캠페인으로 유명하다. 편리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여타 경쟁자와 달리 마스터카드는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을 선사하는 브랜드’를 지향하며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야구장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 연인과의 특별한 데이트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작위로 선별한 고객에게 깜짝 선물을 주는 ‘프라이스리스 서프라이즈’ 캠페인으로 우버 무료 사용권부터 저스틴 팀버레이크와의 만남, 그래미 시상식 VIP 초대권까지 크고 작은 추억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디지털 기술은 생활의 편리성을 높인 만큼 누군가와 한마디 나눌 필요 없는 고립된 세상을 만들었다. 외로움이 전염병처럼 퍼지는 시기에 따뜻함이 느껴지는 브랜드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적인 제품, 화려한 디자인을 넘어 소비자와 교감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일 때 기업의 온기가 느껴진다. 유능하면서도 따뜻한 인간미를 갖춘 브랜드가 필요한 때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2024-05-01

이철규, 원내대표 불출마설에 “선거 관련 어떠한 결정한 바 없어”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이철규 의원은 1일 “저는 지금까지 원내대표 선거와 관련해 어떠한 결정을 하거나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 입장과 관련하여 무분별한 언론보도를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은 친윤 핵심 인사로 극단적 여소야대 국면에서 당정 간 소통의 적임자라는 이유로 유력한 원내대표 후보로 꼽혀왔다. 이 의원이 당 사무총장, 인재영입위원장을 지내면서 22대 총선 당선인과 접점이 많다는 점도 이 의원 원내대표 유력설의 바탕이 됐다. 이 의원이 총선 이후 영입인재 당선·낙선·낙천 인사들과 조찬 회동을 하면서 원내대표 준비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당초 유력 원내대표 후보로 꼽히던 김도읍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당내 경쟁자들의 잠잠한 행보는 이철규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비윤계를 중심으로 정권심판 민심에 역행한다며 총선 패배 책임론을 내세우며 이철규 원내대표 불가론을 내세웠고 최근에는 친윤계 배현진 의원, 당 원로인 홍준표 대구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나경원 당선자까지 이 의원을 공개적으로 비토하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이 의원이 불출마를 결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이 출마 여부를 묻자 “그 자체로 대답을 안 한다.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출마)하게 되면 ‘나 이번에 할 거야’라고 하면 되지만, 안 해야겠다고 하면 ‘아무것도 없는데, 없다’고 해야 하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배재성(hongdoya@joongang.co.kr)

2024-05-01

'고딩엄빠4' 사상 최고 더티 하우스 등장, 쓰레기+바퀴벌레 알까지? "심각해" [종합]

[OSEN=김예솔 기자] '고딩엄빠4' 사상 최고의 더티 하우스가 등장했다.  1일 방송된 MBN '고딩엄빠4'에서는 최악의 위생 상태에서 10살 딸과 함께 살고 있는 고딩엄마 정원복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이날 등장한 고딩엄마 정원복은 보육원에서 자라 성인이 된 후 지원금을 받고 나오게 됐다. 하지만 사기를 당했고 남자에게 속아 돈까지 잃고 아이까지 낳게 됐다. 정원복은 뒤늦게 연락이 닿은 오빠의 도움으로 살고 있지만 집안 내부는 청소를 하지 않고 잡동사니로 가득 차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날 정원복은 딸을 낳기 전 외로웠던 과거를 떠올렸다. 정원복은 "딸이 엄마는 친구 있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나는 너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했다"라고 말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정원복은 보육원에 자라서 외로웠던 어린시절을 떠올렸다. 정원복은 "보육원에서 자랐다는 이유로 멀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정원복은 "의지할 사람이 없었다. 가족에게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혼자서 견디느라 힘들었다"라고 회상했다. 정원복은 가족이 다 함께 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에 오빠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정원복은 임대주택의 계약이 내년까지인데 정확한 계약기간도 몰라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정원복의 오빠는 가장으로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동생에게도 일을 시작해야할 것 같다고 권유했다. 오빠는 10년째 무직 상태인 동생을 안타까워했다. 오빠는 "동생이 제발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서장훈은 "이 사람한테 무슨 얘길 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다. 본인이 남의 말을 듣기라도 해야하는데 전혀 듣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장훈은 "딸이 소중하다면 바뀌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미선은 "이대로 가면 딸의 건강이 너무나 걱정된다"라고 조언했다. 딸은 친구와 놀면서 친구의 집을 부러워했다. 딸은 "책상에서 그림 그릴 수 있어서 좋겠다"라고 부러워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날 정원복의 집에 청소전문가들이 투입됐다. 전문가는 "다른 집에 비해 5배는 더럽다"라고 이야기했다. 결국 전문가는 정원복의 집 안에 있는 짐들을 밖으로 빼내기 시작했고 집 안에는 바퀴벌레와 알들이 가득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했다.  서장훈은 "딸이 바퀴벌레랑 같이 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라고 물었다. 이에 정원복은 "안된다"라며 심각성을 깨닫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원복은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hoisoly@osen.co.kr [사진 : MBN '고딩엄빠4' 방송캡쳐]  김예솔(hoisoly@osen.co.kr)

2024-05-01

美연방기관, 北·中 등 17개국 종교자유 특별우려국 지정 권고

美연방기관, 北·中 등 17개국 종교자유 특별우려국 지정 권고 국제종교자유위 연례보고서 발표…北 등에 "종교의 자유 침해"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 의회가 설립한 연방기관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1일(현지시간) 북한을 포함해 17개 국가를 종교자유 특별우려국(CPC)으로 지정할 것을 재차 국무부에 권고했다. USCIRF는 이날 공개한 '2024 연례보고서'에서 이들 국가의 정부가 종교 및 신앙의 자유 침해에 관여하거나 용인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USCIRF가 CPC로 지정할 것을 권고한 국가는 북한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미얀마, 사우디아라비아, 쿠바 등 17개국이다. 이 가운데 북한 등은 국무부가 CPC로 지정한 국가다. USCIRF는 여기에 인도, 베트남 등 5개 국가도 추가로 CPC로 지정할 것을 권고했다. USCIRF는 이집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터키 등 11개국에 대해서는 특별감시국(SWL)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국무부에 촉구했다. USCIRF는 미국 대통령과 국무부 장관에게 세계 각국의 종교의 자유 증진 관련 외교 정책을 권고하기 위해 미국 의회가 설립한 독립적인 연방 기관이다. 이 위원회는 국무부의 특별우려국 발표 전에 지난해 5월 북한 등 17개국을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국무부는 1998년 제정된 국제종교자유법에 따라 매년 세계 각국의 종교 자유를 평가한 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 대해서는 특별우려국과 특별감시국 등으로 지정하고 있다. 국무부는 통상 연말에 이를 발표하지만 2023년의 경우에는 올해 1월 초에 발표했다. 북한은 22년째 매년 특별우려국으로 지정된 상태다. solec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강병철

2024-05-01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마사이마라 수해…관광객 대피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마사이마라 수해…관광객 대피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케냐의 유명 관광지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의 일부 숙박시설이 폭우에 물에 잠겨 관광객이 대피했다고 AP·AFP 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이른 아침 케냐 서남부에 있는 이 국립공원의 강 제방이 폭우로 불어난 물에 무너지면서 12곳 이상의 호텔과 산장, 캠핑장이 침수됐다. 현지 행정 당국 관계자는 "약 100명의 관광객이 발이 묶여 구조에 나섰다"며 헬기 두 대를 투입해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은 사자, 코끼리, 코뿔소, 물소, 표범 등 이른바 '빅(big) 5'와 기린, 하마, 치타 등이 서식하는 곳으로 사파리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케냐에서는 우기가 시작된 3월 중순 이후 극심한 폭우로 곳곳에서 홍수가 나면서 전날까지 어른 164명, 어린이 15명 등 179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내무부에 따르면 이번 폭우와 홍수로 케냐 전국적으로 3만1천341가구가 피해를 봤고 19만5천1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90명이 실종됐다. 최근 몇 년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던 아프리카 동부는 엘니뇨 현상의 영향으로 작년 10월부터 폭우와 홍수가 이어지면서 수해가 속출하고 있다. 케냐의 남쪽 접경국 탄자니아에서도 폭우와 홍수로 올해 들어 최소 155명이 숨졌고 부룬디에서는 수개월 동안 이어진 폭우로 약 9만6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앞서 작년 10∼12월에는 케냐,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등에서 기록적인 폭우로 300명 이상 숨졌다. hyunmin6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유현민

2024-05-01

[노트북을 열며] 지금 필요한 건, 대통령의 차 한잔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가끔 인편으로 밀봉 문건을 검찰에 내려보냈다. 문건에는 민정수석실 행정관들이 수집한 여야 정치인, 대기업 총수의 범죄첩보가 담겨있었다. ‘수사하라’부터 ‘수사에 참고하라’, ‘수사하지 말고 덮어라’까지 각색이었다. 제목 아래 한 가닥 굵은 밑줄이 민정수석실 문건의 시그니처였다. 민정수석은 생살여탈권을 갖고 있었다. 지금은 정치에 투신한 어느 검사는 인사에 ‘물’을 먹고도 민정수석에게 “수석님의 뜻을 잘 헤아려 열심히 하겠다”고 충성 문자를 보냈다. 민정수석에게 사극에서나 볼 법한 “존명”이라고 답장을 올린 경찰청장도 있었다. 민정수석의 사정 위풍에 가려진 역할은 민심청취 업무다. 민정수석실 행정관들은 현안이 생기면 택시기사부터 지방자치단체장까지 만나 대통령을 위한 보고서를 올렸다. 힘 있는 수석실 직원이어서, 뻣뻣하던 지자체장도 버선발로 맞았다고 한다. 청와대 행정관이라도 급이 달랐다. 민정수석실은 보고서 내용도 달랐다. 경제수석실, 사회수석실은 정부정책에 민심이 들끓어도 “이런 의견이 있다”는 식으로 손질해서 보고하고, 해법제시도 없다. 정책입안에 관여한 수석실이다 보니 자기부정을 할 수 없어서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은 “직설적으로, 해결책을 담아서 올렸다”(전 민정수석실 근무자)고 한다. 형식보단 내실이 있어야 한다. 민정수석실인지, 법률수석실인지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민정수석의 전횡이 우려된다면 사정 기능은 분산해도 된다. 민심청취에 투입하는 행정관의 출신을 검·경 외에 경제부처와 기업인 등으로 다양화해 대통령의 눈을 틔워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가 그랬다. 취임 1년 차에 21%(갤럽)까지 추락했다가 3년 차에 40%대로 극적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린 이면에는 민정수석실 행정관들의 발품이 있었다. 더 중요한 건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가감 없는 보고의 선결 조건이다. 한 전직 비서관의 경험. “대통령실에 근무해도 수석 외에는 대통령을 만나 보기 어려워요. 그런데도 민심청취 관련 보고서만큼은 이명박 대통령이 실무자인 행정관을 직접 불러 보고를 받기도 했어요. 직접 챙긴 거지요.” 윤석열 대통령은 불통과 역정의 이미지에 둘러싸여 있다. 민정수석 부활은 검사 이미지를 강화할 염려도 있다. 그러나 이럴수록 행정관에게서 직접 보고받고, 격려 차원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대접하면 어떨까. 임기를 채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경청으로 신발 끈을 고쳐맨다면 반등의 길이 멀지 않을 것이다. 박현준(park.hyeonjun@joongang.co.kr)

2024-05-01

[권혁재의 사람사진] '예술 전도사' 임지영

━ 어린이 화랑 연 까닭…"그림이 최고 성장판" 임지영, 그를 일컬어 세상은 ‘예술 교육자’라고 한다. 그런데 그는 스스로 ‘예술 향유 전파자’라고 한다. 이를테면 그는 사람들과 미술관, 갤러리 등에서 그림을 함께 보고, 본 그림으로 글을 쓰게 하고, 쓴 글들로 마음을 나누는 일을 한다. 그가 이런 모임을 갖은 건 지난해만 200여 차례. 이를 두고 세상은 ‘예술 교육’이라 하고, 그는 “예술 향유’라 하는 게다. “교육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교육은 지식이나 정보를 알려줘야 잖아요. 저는 그림을 보는 게 얼마나 재미있고, 의미 있는지를 알리거든요. 예술품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같이 공유하는 것이니까요. 이 과정이 끝나면 사람들이 그렇게 울어요. 저는 같이 향유하자고 했는데 그 사람들은 치유를 얻더라고요.” 그는 지난 3년간 이 일을 해왔다. 그가 이 일에 매달린 건 어쩌면 자기 실패를 통해 얻은 결과였다. “제가 갤러리를 10년이나 했는데 실패했어요. 곰곰이 되짚어 보니 사람들이 돈이 많아도 그림을 못 사는 거예요. 그림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돈을 주고 사겠어요. 더군다나 사람들이 그림을 보면서 어려워하고 행복해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뒤늦게 대학원 가서 예술경영에 대해 공부하면서 답을 찾았어요.” 결국 그가 찾아낸 답이 ‘예술 향유’라는 얘기였다. 실제 그는 2016년부터 서초문화네트워크 소속으로 예술 봉사를 하고 있다. 그림을 기증하는 봉사며, 전국 60여개 보육원에 1800여 점을 기증했다. “보육원에 그림을 걸면 기저귀 찬 애들부터 그림을 보게 됩니다. 교과서에서만 봤던 그림을 실물로 처음 보게 되는 꼬맹이도 있고요. 이렇듯 예술도 복지죠. 먹이고 재우고 가르치는 것만이 복지는 아니고요.” 그래서 그는 어린이와 함께하는 향유가 자신이 살아가야 할 가치라고 한다. 이를 위해 그는 오는 15일, 서울 문래동에 어린이 갤러리 ‘한점’을 연다. 그가 스스로 밝힌 어린이 갤러리를 여는 이유는 이러하다. “아이와 예술을 향유해야 예술이 우리 삶에 오래도록 함께하지 않을까요.” 권혁재(shotgun@joongang.co.kr)

2024-05-01

박성훈, 재벌+금수저? NO “IMF 이후 가난, 母 군 휴가 나오지 말라고” (‘유퀴즈’)[Oh!쎈 종합]

[OSEN=박하영 기자] ‘유 퀴즈 온 더 블럭’ 박성훈이 재벌설에 해명했다. 5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서는 ‘만개’ 특집으로 ‘더 글로리’에 이어 ‘눈물의 여왕’까지 이 시대 가장 핫한 배우로 떠오른 배우 박성훈이 출연했다. 이날 박성훈은 “‘눈물의 여왕’ 작품은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전 진짜 큰 미움을 받고 있어서. 제 SNS댓글이나 DM으로 심한 욕설들이 온다. ‘당장 꺼져라. 찾아가서 죽여버리겠다. 나랑 맞짱 한번 뜨자’고 한다. 그렇다고 기분이 나쁘지 않고 정말 몰입해 주시니까 ‘이 또한 관심이다 감사하다’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급기야 박성훈은 식당 이모님께 등짝 스매싱을 맞기도 했다고. 그는 “최근에 식당 이모님한테 등짝 스매싱 한 대 맞았다. ‘왜 그래. 그 둘 좀 놔둬.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라고 하시더라”라고 일화를 전했다. 하지만 박성훈 어머니는 착한 역할을 원하다고. 박성훈은 “어머니는 착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계신다. ‘하나뿐인 내편’ 장고래를 연기했을 때 주말 드라마고, 주변분들 반응이 좋았으니까. 어머니는 역할이 나쁜 건 잘 안 챙겨보시는 것 같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런가 하면, 유재석은 “‘눈물의 여왕’ 출연에 김수현 씨 영향이 컸다고 하던데”라고 물었다. 박성훈은 “박지은 작가님도 훌륭하시고, 장영우, 김희원 감독님도 너무 좋으시지만 수현이가 어릴 때부터 주연 생활을 오래 하지 않았나”라며 “제가 연극에 있다가 드라마로 넘어올 때 수현이 연기도 참고했다. 워낙 섬세하게 연기를 잘하니까 매체 연기를 연구할 때 수현이 연기 참고했는데 마침 이 작품에 캐스팅돼 있다고 해서 너무 반가웠고, 인간적으로도 어떤 친구인지 너무 궁금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수맨이가 되게 영리하다고 생각하는 게 자기 자신을 낮춘다. ‘허허허’ 막 이러면서 주연 배우가 그렇게 하니까 현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수현이가 되게 영리한 친구구나 생각했다”고 칭찬했다. 김지원에 대해 박성훈은 “지원이는 반장 스타일이다. 전교회장 스타일. 너무너무 착하고 가만히 있으면 와서 ‘오빠 간식 좀 드세요’ 한다. 간식 요정으로 불린다. 사탕이나 젤리 나눠준다”고 말했다. 이어 곽동연과는 장난치는 관계라는 박성훈은 “곽동연 씨는 제가 오해를 했다. 97년생인데 87년생으로 오해를 했다. 노안이라기 보다 어릴 때부터 연기를 했다 보니 그러면서 서로 웃다가 친해져서 장난을 많이 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박성훈은 항간에 친인척 대부분 법대, 의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재벌설에 휩싸였던 바. 이에 대해 “재벌설과 금수저설이 있는데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저는 그냥 사실 그렇게 넉넉하 집에서 자라지 못했고, IMF 이후로 힘들어졌다. 아버지께서 은행에 다니셨다가 당시 퇴직을 당하셨다. 고등학교 때 엄청 가난해지면서 차비 말고는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었다”라고 고백했다. 고등학교 시절, 박성훈은 햄버거 사먹을 돈도 없어서 울기도 했다고. 급기야 군대에서 ‘휴가 나간다’고 했을 때 어머니로부터 오지 말라는 말을 듣기까지 했다고. 박성훈은 “제가 일병 휴가에서 상병 휴가 나올 때 8개월이 걸렸다. 근데 어머니가 ‘성훈아 너 휴가 안 나오면 안되니? 우리도 물 말아서 김치 먹고 있다’고 하시더라. 전화를 끝내고 많이 울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박성훈은 “속상함이 제일 컸다. 뭐 얼마나 돈이 없으면 그런 말을 할까 싶어서 전화 끊고 나서 많이 울었던 것 같다”라며 “다행히 친구들이 있으니까 친구들한테 용돈을 받아 썼다. 그러니까 말년 휴가 나와서 알바 자리부터 알아봤었다”라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또 극단에 있을 때는 1년에 5만 원만 벌었다는 박성훈은 "연극할 때 7년 정도 룸메이트랑 '기생충'에 나오는 송강호 선배님 집 같은 곳에 살았다. 보증금도 누나한테 빌려서 다달이 갚으면서 살았다"며 "장마철만 되면 정강이까지 물이 찼다. 솜이불에 빗물을 적셔서 퍼내는 걸 7년 내내 했다"며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과거 아버지는 육사에서 은행원으로 전업하시면서 원스타, 투스타 된 동기들을 보고 박성훈에게 ‘너는 한 우물만 팠으면 좋겠다. 다른 마음 먹지말고 한 곳에만 정진해라’ 말씀을 하셨던 바. 박성훈은 "경제적으로는 어렵지만 연기를 할 수 있는 게 너무 감사했다. 한 번도 다른 걸 해보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아버지 말씀이 각인이 됐던 거 같다"고 전했다. /mint1023/@osen.co.kr [사진]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화면 캡처 박하영

2024-05-01

[김병기 ‘필향만리’] (子不語) 怪力亂神((자불어) 괴력난신)

‘숨 막히는 액션과 서스펜스의 연속, 스릴 만점.’ 흥행에 성공한 영화에 따라붙는 찬사이다. 성공한 영화는 대부분 ‘괴력난신(怪力亂神)’ 즉 상상 밖의 괴이한 이야기, 폭력적인 언행, 난잡하게 얽힌 인간관계, 믿기 어려운 귀신이야기 등이 많다. 흥행을 위해 제작자들은 ‘괴력난신’의 강도를 가능한 한 높이려하고, 스릴에 맛 들린 사람들은 갈수록 강한 스릴을 요구한다. ‘괴력난신’이 극점을 향해 치달릴 수밖에 없다. 공자는 이점을 예견하고, 극점을 향해 치닫는 ‘괴력난신’의 ‘이야기’는 자칫 사람의 마음을 악하게 할 수 있음을 염려하여 아예 ‘괴력난신’을 입에 담지 않고자 하였다. 이런 공자의 영향으로 중국에서는 소설, 희곡 등 ‘이야기문학’의 발달이 늦었다. 대신, 사람의 순후한 정서 함양을 돕는다고 여긴 시가 크게 성했다. 이야기를 선호한 서양이 셰익스피어와 같은 극작가를 낳은 데에 반해 중국에서는 이백, 두보와 같은 시인이 배출된 것이다. 물론, 시라고 해서 다 순후한 것도 아니고, 이야기라고 해서 다 ‘괴력난신’인 것은 아니리라. 다만, 지나치게 자극적인 ‘이야기’문화가 팽배한 지금, ‘괴력난신’을 그토록 경계한 공자의 생각을 되새길 필요는 있을 것이다. ‘막장’에 이르지 않으려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2024-05-01

[시조가 있는 아침] (225) 경전하여 조석하고

경전하여 조석하고 안서우(1664∼1735) 경전하여 조석하고 조수(釣水)하여 반찬하며 장요(長腰)에 하겸(荷鎌)하고 심산(深山)에 채초(採樵)하니 내 생애 이뿐이라 뉘라서 다시 알리 -양기재산고(兩棄齋散稿) 벼슬 외에도 할 일은 많다 조선 숙종 때의 남인계 문신으로 이이(李珥)와 성혼(成渾) 등의 문묘 종사에 반대하였다가 서인의 미움을 받아 태안군수와 울산부사 등 외직으로 돌았다. 은퇴하여 유원십이곡(楡院十二曲)을 남겼다. 유원은 충청도 제천 지역에 있는 지명이다. 소개한 시조는 연시조의 제4장이다. 논밭을 일궈 조석으로 때를 잇고 낚시하여 고기 잡아 반찬으로 삼으며, 허리에 낫을 차고 깊은 산에 들어가 땔나무를 하니 내 생애는 이뿐이라 누가 다시 알아주리. 귀가 먹었거든 세상이나 멀지 말고 세상이 멀거든 귀나 먹지 말지/세상도 멀고 귀도 먹었거든 말이나 할 수 있어야겠건만/입조차 벙어리 되니 말못하여 하노라 (제12장) 이런 집안 내력은 손자 대까지 이어져 안정복(1712∼1791)은 벼슬을 단념하고 한 번도 과거를 응시하지 않았다. 대신 실학자 성호 이익에게서 수학하며 스승과 함께 ‘동사강목’이라는 불후의 역사서를 남겼다. 벼슬 외에도 선비가 할 일은 많았다. 유자효 시인

2024-05-01

[김상현의 과학 산책] 가르칠 수 없는 것

매 학기, 마지막 수업에서 하는 말이 있다. “그동안 많은 학생을 만나봤지만, 이번 수강생들은 특별했어요. 항상 호기심으로 수업에 참여했지요. 따뜻하면서도, 예리했어요. 좋은 제자를 만나 행복했습니다.” 박수와 탄성이 잦아질 때쯤, 다음 대사를 이어간다. “참고로, 강의 평가가 시작되었어요.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대개는 야유 섞인 웃음으로 끝이 난다. 하지만 실은, 농담을 빌린 나의 진심이다. 부족한 나의 말을 경청하고, 깨달아 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울컥해진다.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이 어려운 일이, 이번에도 겨우 성공했구나. 한국의 교육은 위기다. 과열된 사교육은 군비 경쟁처럼 치킨게임 중이다. 개인의 잠재력을 훼손하고 사회의 계층을 공고화한다. 모두에게 명백하지만, 누구에게도 대안은 없다. 외부의 도전은 어떠한가. 기술 전쟁에는 항복의 선택지조차 모호하다. 기초과학의 격차는 비대칭 전력이다. 1970년대 프랑스에도 교육의 위기가 있었다. 미소 강국의 경쟁은 프랑스를 후진 주자로 밀어내고 있었다. 이념의 대립은 교육에 혼란을 가중했다. 이때, 수학자 장 르레이(1906~98)는 목소리를 낸다. 허약해진 과학 교육은 천연자원의 멸절만큼이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리고 강조한다. 과학은 학생 자신이 이해하는 것이다. 어머니 뱃속의 태아가 발달의 과정을 거치듯이, 각자의 마음속에서 과학을 재발견하여야 한다. 결론은 단순하다. “과학과 기술을 전수하는 유일한 방법은 탐구심을 전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플루타르코스의 금언도 일맥상통한다. “마음은 채워질 그릇이 아니라, 불붙여야 할 불꽃이다.” 수업을 거듭할수록 깨닫는 바다. 과학은 가르칠 수 없다. 선생은 궁금증의 불씨를 심을 뿐이다. 열린 마음들이 스스로 반짝일 때, 과학은 다시 태어난다. 김상현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2024-05-01

[김성재의 마켓 나우] 정부가 시장의 눈치를 보게 된 중대 사건

역사의 물줄기를 단숨에 바꿔버리는 하루가 있다. 영국에는 1992년 9월 16일 수요일이 그랬다. ‘블랙 웬즈데이’라 불린 이날 런던 외환시장은 이른 아침부터 초긴장 상태였다. 자국 통화인 파운드화 환율의 향방에 따라 영국이 유럽의 일원이 될지, 고립된 섬으로 남을지 결정되는 날이었다. 외환시장 개장 전부터 매물이 쌓이면서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 흐름을 탔다. 하락을 이끈 주범은 퀀텀펀드를 운용하는 헤지펀드 투자자 조지 소로스였다. 그는 영국 국채를 빌려 공매도하는 수법으로 파운드 하락을 이끌었다. 이에 맞서 영국 정부는 파운드 사수에 나섰다.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 이날 오전 기준금리를 10%에서 12%로 올렸다. 과격한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파운드가 지속해서 하락하자 오후에 금리를 다시 15%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영란은행은 보유 외환을 털어 환율 방어에 착수했다. 240억 달러를 실탄으로 투입했다. 시장과의 치열한 공방전은 보유 외환이 바닥 날 수준에 이를 때까지 이어졌다. 영국이 유럽의 환율조정 메커니즘인 ERM에 잔류해 유럽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환율 최저선인 파운드 당 2.77 독일 마르크를 유지해야 했다. 1990년 영국은 안정적 독일 통화인 마르크에 환율을 고정해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의도로 ERM에 가입했다. 전임 총리인 마거릿 대처는 영국의 ERM 가입이 시기상조라 봤다. 소로스를 비롯한 시장 세력은 대처의 견해를 지지했다. 영국의 인플레이션은 독일의 3배인 15%에 달했고 생산성은 독일보다 매우 낮았다. 설상가상으로 걸프전쟁 이후 혹독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었다. 여기에다 통일 이후 물가 압력에 직면한 독일이 금리를 인상했다. 체력이 약한 파운드의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환율 최저선 사수가 불가능하다고 본 투기세력은 영란은행과 정면대결을 선택했다. 소로스의 파운드화 매도 금액은 100억 파운드에 달했다. 그날 저녁 영국 정부는 ERM 탈퇴를 발표하며 항복을 선언했다. 파운드는 며칠 만에 달러 대비 25% 폭락했다. 영국 정부는 일개 헤지펀드 투자자에게 씻지 못할 치욕을 당했다. 영란은행은 33억 파운드의 손실을 보았고, 소로스는 10억 파운드(현재 가치로 약 3조5000억원)를 벌었다. 시장이 거대 국가를 상대로 승리했다. 이에 충격받은 유럽은 통화 통합을 가속했다. 1999년 최초의 단일 통화인 유로가 출범했다. 블랙 웬즈데이 이후 시장에 대한 국가의 도전은 더는 용납되지 않았다. 정책 당국은 시장에 끌려다니며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하 시그널을 지속하며 주가 상승세를 유지하기 위해 안절부절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페드시그널』 저자

2024-05-01

‘뽀뽀 사태’ 20기 정숙의 반전, L사전자 과장 “학창시절 1등만 했다” (’나는솔로’)[종합]

[OSEN=박하영 기자] ‘나는 SOLO’ 20기 솔로들의 직업이 공개됐다.  5일 방송된 ENA·SBS Plus 예능 ‘나는 SOLO’(이하 ‘나는 솔로’)에서는 ‘솔로나라 20번지’의 자기소개 타임이 그려졌다. 이날 솔로나라 20번지의 자기소개가 공개됐다. 먼저 38살 영수는 소아 청소년과 의사였고, 영호는 대기업 엔지니어링에서 근무 중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영호는 “아흔살이 될 때까지 1일 1뽀뽀는 무조건 하고 싶다”고 말해 MC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데프콘과 이이경은 정숙의 뽀뽀 사태 상대 남성이 영호가 아닐까 추측했다. 정숙과 현숙의 호감을 받은 영식은 “직업이 은행원이다”라며 4수 끝에 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했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세운 목표는 반드시 달성해왔다. 지금은 좋은 짝을 찾는 걸로 목표를 세웠다”라고 전했다. 올해 40세라는 영철은 “지금은 미국의 반도체 I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며 “제가 미군이라서 이번 연도에 훈련이 있어 (미국에) 갈 것 같다. 지금은 미국 오리건주 포틀렌드에 살고 있다”고 고백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어 “한국에서 연애를 어떻게 할 계획이냐”는 물음에 영철은 “저도 잘 답을 모르겠다. 하나 희망을 가지고 있는 건 그 사람과 내가 서로 각별한 마음을 가지게 될 때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장기자랑으로 노래를 불러 데프콘의 심금을 울렸다. 광수는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했으며 L사 디스플레이에서 회로 설계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갑자기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퇴사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라며 방탈출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결국 취미에서 직업이 된 광수는 두 명의 여성에게 관심이 있다고 털어놨다. 마지막 상철은 “S사에서 AI 개발자 일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여자 출연자들의 자기소개가 공개됐다. 먼저 영숙은 현대 제철에서 일하고 있다며 “활동적인 편이다. 운동하는 것도 좋아하고 3년 전부터 골프 배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외모 중에 자신 있는 부분이 있냐”고 묻자 영숙은 “입술이다”라고 밝혔다. 37세 정숙은 서울 거주 중이라며 “여러분들이 저를 어떻게 보셨는지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사실 되게 성실한 편이다. 이때까지 되게 모범적인 인생을 살아왔고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한 번도 반에서 1등을 놓친 적 없다. 그리고 공대를 졸업해서 L사 전자 본사에서 과장급 선임으로 재직 중이다”라고 고백해 놀라움을 안겼다. 이를 본 데프콘은 “너무 멋있다. 저희는 솔직히 좀 그랬다. 조금 약간 예체능 쪽이라고 생각했다. 뮤지컬이나 패션계 쪽이다. 대박이다”라고 감탄했다. 이어 정숙은 마음에 드는 사람이 3명에서 1명으로 줄어들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서울교육대 졸업했다는 순자는 서울에서 10년 차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영자는 광수와 같은 대학교 출신으로 L사 금융 지원 서비스에서 재직 중이라고 소개했다. 옥순은 미국 뉴욕에서 거주 중으로 G사 소프트 엔지니어라고 했으며, 같은 미국 거주자 영철의 관심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현숙은 “서울대학교 약학 대학 졸업해서 약사이고, 동대학에 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라며 “화장품을 제일 좋아한다.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해서 좋아하는 거 한 번 해보고 싶다 해서 현재 A 화장품 회사 연구원 13년차로 근무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mint1023/@osen.co.kr [사진] ‘나는 SOLO’ 방송화면 캡처 박하영

2024-05-01

[신복룡의 신 영웅전] 벨의 전화기 발명과 운명

대학교수 재직 시절에 나는 학생이 결석한 사정은 들어줬지만, 지각은 용서하지 않았다. 지각은 결석보다 더 잘못된 처신이라는 것이 평소 나의 소신이다. 길고 긴 인생에서 한두 시간이야말로 참으로 순간이요, 찰나에 지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몇 시간의 차이로 운명이 하늘과 땅 차이로 바뀌는 사례가 허다하다. 1876년 2월 14일 미국 연방특허국에는 30대 청년이 이상한 기계를 들고 들어와 특허를 출원했다. 담당 직원이 기계의 성능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멀리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담당 직원이 일단 서류와 기계를 접수하고 그 청년의 신원을 물었더니 이름은 알렉산더 벨(1847~1922·사진)이라고 했다. 그런데 묘하게도 같은 날 연방특허국의 또 다른 직원이 전화 특허 출원을 받았다. 담당 직원은 서류와 기계를 접수하고 40대 신사의 신원을 물었더니 엘리샤 그레이(1835~1901)라고 했다. 열두살 연상인 그레이는 벨보다 훨씬 전에 이 분야에서 선구적 지식을 갖고 있던 인물이었다. 그레이는 전화를 출원하고 돌아와 전화의 대량생산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 그레이는 전화 출원이 기각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특허국을 찾아가 진상을 알아봤더니 그와 벨이 같은 날짜에 전화를 출원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레이는 전화 특허권을 자신과 벨에게 공동으로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곧이어 법원에 제소했다. 이에 연방최고재판소 판사가 특허 출원 접수 과정을 알아봤더니 그레이보다 벨의 출원이 2시간 빨라 결국 그레이가 패소했다. 2시간 차 때문에 벨은 세계적인 발명가의 명예를 얻어 억만장자가 됐다. 그러나 그레이는 바로 그 2시간 차 때문에 애쓴 보람도 없이 재산만 탕진했다. 인생에서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실패는 실기(失期)다. 지금 우리 정부도 그렇지 않나?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2024-05-01

금사과 팔면 절반은 이들 몫…농산물 유통마진 손본다

━ 농림부, 유통구조 개선방안 정부가 ‘금(金)사과’로 불릴 정도로 치솟은 농산물 물가를 잡기 위해 낡은 유통 구조를 손보기로 했다. 도매시장도 경쟁을 붙이고, 중간 유통 마진을 낮추고, 불필요한 소(小)포장을 줄이는 등 유통 과정 곳곳에서 군살을 빼는 내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일 이런 내용의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소매 가격의 49.7% 수준인 유통 비용을 1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먼저 도매 시장에 경쟁 요소를 강화한다. 지정 기간(5~10년)을 만료한 도매법인의 성과를 평가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신규 도매법인은 공모제로 선정하기로 했다. 특히 성과가 부진한 법인의 경우 지정 기간 중이더라도 지정 취소를 의무화하도록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기존에도 임의로 법인 지정을 취소할 수 있었지만 1976년 농안법을 제정한 뒤 지정을 취소한 법인은 6곳에 그쳤다. 유통 마진을 낮추도록 유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표 도매시장 법인 9곳의 위탁수수료 상한(7%)이 적절한지 점검하는 식이다. 박 실장은 “서울을 제외한 광역 지자체 도매 법인에서 위탁수수료 6%대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도매법인 영업이익률이 20%에 달하는 등 과하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수수료 상한이 적정한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유통 구조가 투명한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도 활성화한다. 각종 규제 완화 혜택을 줘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를 2027년까지 현 가락시장 규모(연 5조원)로 키우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수산물 온라인 도매도 시작해 2027년까지 거래 품목을 가락시장 수준(193개)으로 늘린다. 더 많은 판매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연간 거래 규모 5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진입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양석준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농산물 온라인 도매를 활성화하면 생산자는 더 비싸게 팔고 소비자는 더 싸게 살 수 있다”며 “산지→서울 가락시장→지역 업체 물류 창고→서울 소매업체로 오가는 식의 불필요한 유통 과정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품을 산지에서 온라인으로 사고팔 수 있기 때문에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농산물값 급등락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또 전통시장과 중소 마트도 농산물 거래 물량을 키울 수 있도록 농협·상인연합회를 통한 공동구매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2026년까지 거점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100곳을 마련해 사과·배 등 청과물 취급 비중을 기존 생산량의 30%에서 50%로 확대한다. 농산물 소포장 판매 시 추가 유통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해 외국처럼 농산물 무포장(벌크) 유통을 활성화하는 내용도 대책에 포함시켰다. 주요 품목을 대상으로 농협에 벌크 판매를 시범 도입하고 할인을 지원하는 식이다. 낡은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대책은 필요하지만, 최근 농산물 물가 급등에는 기후 변화에 따른 작황 부진 등 통제할 수 없는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농산물 재배 면적을 늘리고 재정을 쓴다고 해서 농산물 고물가 추세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지금 같은 정책을 이어갈지, 아니면 농산물 수입 확대를 통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한 이유다. 김기환.나상현(khkim@joongang.co.kr)

2024-05-01

[우리말 바루기] ‘그닥’은 ‘그다지’로 고쳐 쓰자

날씨가 급격히 더워져 친구와 새 옷을 사러 갔다. “이 옷 어때?”라는 물음에 “그닥 별로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게까지는’이라는 의미를 나타낼 때 일상적인 대화에서 많은 이가 이처럼 ‘그닥’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워낙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보니 ‘그닥’이 표준어이며, ‘그다지’의 준말이라고 알고 있는 이가 많다. 그러나 ‘그닥’은 말을 줄여 쓰기 좋아하는 누리꾼들에 의해 생겨난 말로, 표준어가 아니다. 입말에서는 ‘그다지’보다 ‘그닥’이 더 많이 쓰인다고 느껴질 정도로 사용 빈도가 높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는 일상생활에서뿐 아니라 언론 매체에서도 ‘그닥’이라는 표현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신문지상 글자 수의 제약이 있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1000억원 상생안도 분위기가 그닥” “기업의 외형은 커 가고 있지만 내실은 그닥” 등과 같은 표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닥’을 ‘그다지’의 평안도 방언인 ‘그닥지’의 준말이라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 생겨난 뒤 쓰임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보아 통신 언어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온라인상에서는 언어의 경제성이 큰 힘을 발휘하기에, 줄여 쓰는 말들이 영향력을 넓혀 가고 있다. 그래서 ‘그닥’이 틀린 표현인지도 모르고 표준어인 ‘그다지’보다 빈번하게 쓰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언젠가는 생명력을 인정받아 ‘그닥’이 표준어로 등극할지도 모르지만, ‘그닥’은 아직 표준어가 아니다. 그러므로 ‘그닥’은 ‘그다지’로 고쳐 써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김현정

2024-05-01

[Editor’s Note] 수출 회복 반갑지만…신경 쓰이는 두 복병

미국 금리 인하 시기가 갈수록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하더라도 연말에나 한 차례 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합니다. 최근 발표되는 인건비·집값 등의 지표들은 인플레이션의 강도가 예상보다 강하며, 더 오래 갈 것임을 보여줍니다. 이는 미국의 고용과 소비가 모두 탄탄하기 때문입니다. 달러화 가치가 원화뿐 아니라 유로, 엔화 등에 비해 계속 강세를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미국만 ‘나홀로 호황’을 이어가다 보니,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과 유럽 경제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무역 의존도가 높고 세계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큽니다. 그나마 우리 경제의 유일한 활로라 할 수 있는 수출이 잘 회복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4월 실적을 보니 반도체 수출은 꾸준히 회복되고 있고, 자동차 수출도 지난달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불확실합니다. 원화보다 더 취약한 엔화 흐름도 문제입니다. 엔화값의 초약세(수퍼 엔저)는, 수출 시장에서 경합하는 철강·화학 등 한국 제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국제 유가도 언제 다시 오를지 불안합니다. 모두 우리 기업이나 정부가 해결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이어서 당분간 그저 지켜보며 대응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정부가 ‘사회 이동성 개선 방안’을 내놨습니다. 교육과 자산 형성 기회를 늘려 ‘개천 용’이 더 나오도록 지원하자는 취지입니다. 방향성에 대해 여야의 차이가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이건 환율이나 국제유가와 달리 직접 해결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필요한 법 개정 등에 아무쪼록 여야가 뜻을 모으기를 기대해봅니다. 이승녕(francis@joongang.co.kr)

2024-05-01

석유화학, 불황 돌파구 찾는다…LG는 ‘필터’ 롯데는 ‘첨단소재’

중국발 공급 과잉과 세계 수요 약세의 영향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업황이 나쁜 기존 석유화학 사업 대신 첨단소재 등 신성장동력 사업에 더 집중하며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다. LG화학은 사우디아라비아 알코라예프그룹과 수(水)처리 필터인 RO멤브레인(역삼투압) 제조시설 현지화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RO멤브레인은 해수를 담수화하거나 공업용수 정화 등에 사용되는 필터로, LG화학의 첨단소재 사업 중 한 영역이다. LG화학은 지난해 청주공장에 1250억원을 투자해 RO멤브레인 생산 설비를 증설하기로 하는 등 이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연매출 2000억원 수준인 RO멤브레인 사업을 5년 내 두 배로 키우는 게 목표다. 특히 알코라예프그룹과 계약은 세계 RO멤브레인 최대 시장인 사우디 시장의 점유율을 높일 기회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사우디는 세계 RO멤브레인 시장의 21%를 차지한다. 자국 물 공급의 70% 이상을 해수담수화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네옴시티 건설 등 사우디 국가 발전 프로젝트인 ‘비전 2030’ 때문에 해수담수화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LG화학의 이번 계약은 사우디가 자국 내에서 생산된 RO멤브레인을 우대하는 정책에 따른 것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현지에 제조 시설을 만들면 향후 사우디 정부가 발주하는 해수담수화 프로젝트 수주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특히 알코라예프의 자회사 알코라예프 워터는 사우디 최대 수처리 기업이다. LG화학은 향후 최대 3억2000만 리얄(약 1200억원)을 사우디에 투자할 계획이다.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케미칼도 첨단소재 투자를 늘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기능성 첨단소재를 생산하는 자회사 삼박LFT가 지난달 30일 전남 율촌 산업단지 내에 신규 컴파운딩(혼합)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완공되면 롯데케미칼은 고부가합성수지(ABS)·폴리카보네이트(PC) 등 약 50만t 규모의 국내 최대 컴파운딩 소재 생산 시설을 확보하게 된다. 내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다. 이훈기 롯데케미칼 총괄대표는 “율촌공단에 2026년까지 약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공장 가동 이후 추가 투자를 통해 향후 70만t까지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소재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중국산 저가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범용 제품에서는 중국과 대결에서 이길 수가 없기 때문에 기술에서 앞서는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첨단 소재에 더 주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성민(yoon.sungmin@joongang.co.kr)

2024-05-01

MS 간 GS…허태수 회장 “움츠러들면 미래 없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사장단에 “사업 환경이 크게 요동치고 있지만, 움츠러들기만 하면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건설 등 전통적 산업 중심으로 사업을 해온 GS가 인공지능(AI) 중심의 디지털 혁신을 따라가지 못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것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GS그룹 해외 사장단 회의에서 허 회장이 이렇게 말했다고 GS가 1일 밝혔다. 해외 사장단 회의는 글로벌 신흥 시장이나 선진 기술 중심지에서 연 1회 여는 회의로 그룹의 미래 과제를 논의하는 최고 회의체다. 올해 사장단 회의 주제는 ‘생성형 AI와 디지털 혁신’이었다. AI 기술 발전을 업무 생산성 향상과 사업혁신으로 연결하려면 사장단부터 기술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허 회장은 “(사업환경이 요동치는 이때를) 오히려 내부 인재를 키우고 사업 혁신을 가속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디지털 AI 기술은 인재들의 창의력과 사업적 잠재력을 증폭하는 힘이다. 최고경영자(CEO)부터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여서 사업 현장에서 자발적인 디지털 혁신이 일어날 수 있도록 솔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장단은 지난달 29일 마이크로소프트를 방문하고, 30일엔 아마존의 클라우드컴퓨팅 사업부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찾아 AI를 업무에 도입할 방법을 고민했다. 회의에는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 홍순기㈜GS 사장,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등 주요 계열사 CEO가 참석했다. ◆GS더프레시 50주년=GS리테일의 수퍼마켓체인 GS더프레시는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고 이날 밝혔다. GS더프레시의 모태는 1974년 세워진 최초의 현대식 슈퍼마켓인 럭키수퍼 을지로 삼풍점이다. 1일 기준으로 점포 수는 469점으로 오는 7월 500호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성민 기자 윤성민(yoon.sungmin@joongang.co.kr)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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