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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주소 옮기면, 매월 돈 준다…경남 고성군의 몸부림 왜

타 지역에서 온 학생이 주소를 옮기면 매월 수만원을 준다. 또 도지사가 직접 주소 이전을 독려하는가 하면, 자기 지역에 전입 신고한 근로자에게 정착지원금을 주는 지자체도 있다. 외국인에게 장기간 거주할 수 있도록 비자도 바꿔준다. 소멸 위기에 놓인 자치단체의 인구 유입 지원책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경남 고성군은 지역에 있는 중·고등학교에서 주소지 이전을 홍보 중이다. 이들 학교 기숙사에 머무는, 타 지역에 주소를 둔 학생이 대상이다. 고성군에 따르면 지난해 200명에 이어 올해 100여명이 학교 기숙사로 주소를 옮겼다. 고성군이 주민등록을 둔 13~18세 청소년에게 ‘고성군청소년꿈키움바우처’를 주면서다. 매월 5~7만원씩 문화, 교육, 식사 등에 쓸 수 있다. 고성군 관계자는 “지난해 인구가 5만명 이하로 떨어졌는데, 바우처가 학생 복지 증진과 인구 유입에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70만 인구가 무너진 제주도도 인구 늘리기에 비상이 걸렸다. 제주도가 공개한 ‘제주도 인구 현황’을 보면 지난달 기준 내·외국인을 포함한 제주 인구는 69만9251명으로 지난해 말 70만708명보다 1457명 감소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 18일 도의회에서 “영어교육도시 입주민의 주소 이전 비율이 50%가 채 되지 않는다”며 도의원들에게 주소 이전을 독려해달라고 당부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시 대정읍의 379만2049㎡ 부지에 조성된 영어교육도시 내 생활인구(실거주+유동 인구)는 1만1000여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난해 말까지 전입 주민은 4680명에 그친다. 제주도는 이들 생활 인구 가운데 영어교육도시 내 4개 국제학교 재학생과 교직원 등 약 5000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학부모인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과정을 운영한다. 이 때문에 ‘아이를 혼자 두는 게 걱정된다’며 국제학교 인근에 집을 빌려 생활하는 학부모가 많다고 한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들 학부모가 제주로 전입하면 인구도 늘고, 주민세·소득세 등 세수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와 함께 충남 예산군은 전입한 중소·중견기업 청년 근로자(18~45세)에게 정착지원금으로 매월 20만원씩 1년간 지급하고 있다. 충남 서천군은 다른 지역에 주소를 둔 공직자에게 주소를 옮기도록 권장하고 있다. 서천군 인구는 2022년 12월 4만명대로 떨어진 이후 계속 줄고 있다. 외국인 유치도 인구 증가 대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남도는 법무부 지역특화형 비자 공모사업을 활용, 국내 유학·취업 중인 외국인이 인구감소지역에 취·창업하고 거주하면 특례 비자(F-2·거주비자)를 발급해주고 있다. 이 비자를 받으면 장기 체류가 가능하다. 부산시는 2028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만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시는 이들 유학생이 지역에 머물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부산형 유학생 유치 장학금(GBS)’도 신설, 올 하반기 6명을 선발해 1인당 400만원 한도의 항공권과 체류비를 지급한다. 다양한 출산·육아 장려 정책도 쏟아지고 있다. 최근 충남도는 “육아도 성과”로 인정, 육아휴직자에게 A등급 이상의 성과 등급을 부여하고 근무성적평정에도 가점을 주도록 했다. 또한 0~2세 이하 자녀를 둔 직원에게 주 1일 재택근무를 의무화했다. 안대훈.최충일.김민주(an.daehun@joongang.co.kr)

2024-04-25

'뼈 부서지는 고통' 뎅기열 확산…페루 간 한국의사 "기후위기 탓"

모기를 매개로 퍼지는 열대성 질환 뎅기열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남미와 동남아의 풍토병으로 여겼던 뎅기열이 최근 캐나다를 제외한 미주 전역과 유럽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유엔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는 지난달 미주 지역 뎅기열 발병 건수가 350만 건을 넘어 전년 동기 대비 3배 증가했다고 밝히면서 “역대 최악 상황”이라 전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제주도 등 한반도도 뎅기열 바이러스를 지닌 매개 모기(이집트숲모기·흰줄숲모기)의 서식에 적합한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어서다. 남미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뎅기열 확산을 막기 위해 활동 중인 감염내과 전문의 김은석(50) 월드비전 개발협력사업팀 차장은 25일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뎅기열 공포의 근원은 기후위기"라며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노력에 국가와 개인 모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아프리카·남미에서, 산모와 영유아의 건강 증진 및 기생충 감염 예방 활동, 말라리아·뎅기열의 예방·치료 활동에 전념해왔다. 2022년 ‘제17회 대한민국 해외봉사상’ 대통령 표창과 이태석 봉사상을 수상했다. Q : 페루 상황이 심각하다고 들었다. 현지 분위기는. A : “원래 페루에서 뎅기열은 아마존 지역에서 국한돼 발생하는 풍토병이었다. 사실 리마처럼 해안 도시에선 뎅기열이 ‘남의 일’이었다. 그런데 뎅기열 환자가 급증하면서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공포가 퍼지고 있다. 해안의 몇몇 의료진들은 뎅기열을 처음 접하다 보니 잘못된 진단, 치료법으로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지금은 아마존의 경험 많은 의사들이 도시를 방문해 뎅기열 정보를 주고 있다.” Q : 뎅기열 확산이 두려운 이유는. A : “뎅기열은 일단 발생하면 주민들이 동시다발로 감염될 가능성이 크다. 또 일반적인 감염병이 1차 감염 때 항체가 생겨 2차 감염 때는 증상이 완화되는 것과 달리, 뎅기열은 2차 감염 때 중증으로 발현된다. 이때 느끼는 통증을 '뼈가 부서지는 고통'이라고 표현한다. 체내 출혈, 혈압 저하, 장기 손상 등으로 고열과 오한·구토에 시달리다 심한 경우 목숨까지 잃게 된다. 감염 속도가 빠르고, 고통스럽고, 중증 진행 위험률도 높은데, 아직 뚜렷한 치료약도 없다. 이게 남미를 넘어 미주·유럽까지 덮친 뎅기열의 공포다.” Q : 한국도 '뎅기열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들었다. A : “코로나 19의 교훈을 기억하길 바란다. 한 곳에서 창궐한 감염병이 세계로 확산될 수 있고, 한 국가 차원에선 막을 길이 없다. 뎅기열도 그렇다. 뎅기열의 확산은 기후위기와 맞닿아 있다. 장기간 고온다습한 날씨, 홍수와 가뭄이 번갈아 이어지면서 모기가 크게 늘고 뎅기열도 퍼진다. 뎅기열 확산을 막으려면, 일단 한국 내 기후 변화 자료를 토대로 뎅기열 발생 추이를 미리 추정하는 모델링 작업, 조기 진단과 치료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궁극적으로는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투자와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Q : 페루에서 의료 활동을 하게 된 이유는. A : “의대 졸업 후 고신대 복음병원에서 근무하다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국제협력의사’ 프로그램을 통해 페루 아마존에서 3년간(2004~07) 의료 활동을 했다. 한국에선 볼 수 없던 수많은 열대 감염병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당시 아마존에서 만난 독일 의사도 인상적이었다. 본인이 당뇨병을 앓으면서도 열악한 아마존에서 의료 봉사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는 내게 ‘한번 사는 인생, 내 재능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서 쓰임받는 것이 가장 가치있고 행복하다’고 했다. 귀국한 뒤 삼성서울병원, 안양샘병원 등에서 일하다 아프리카를 거쳐 결국 페루로 돌아왔다. 20년 만에 페루 아마존에서 독일 의사를 다시 만났고, 그의 여전한 열정을 보며 마음을 잡았다.” Q : 아프리카·남미에서 근무하면 각종 풍토병에 노출될 듯한데. A : “나는 괜찮지만, 가족이 고통받을 때 괴롭다. 아프리카에 있을 때 첫돌이 갓 지난 둘째가 말라리아에 걸렸다. 말라리아약이 특히 쓴데, 아무리 먹이려 해도 아이가 계속 뱉어냈다. 고열에 시달리는 아이를 밤새 안고 어르면서 혹시 잃게 될까 봐 너무도 두려웠다. 회복했을 때 안도감이 지금도 생생하다." Q : 국내에서 근무하면서 의료봉사를 갈 수도 있을텐데. A : “개인적으로 현지에서 '풀타임' 근무하는 게 좋다. 질병은 남녀차별, 경제적 어려움, 질병에 대한 몰이해 등 지역사회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요인의 최종 결과물일 때가 많다. 주민과 이웃으로 살면서 함께 호흡하고 지낼 때만 알 수 있는 해결 방안이 있는 것 같다. 병원이 아니라 월드비전에 소속돼 활동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지역사회 중심의 활동으로 현지인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현지 정부와도 신뢰를 쌓아뒀기에 실질적이고 의미있는 보건활동이 가능했다.” Q : 한국에선 의사를 경제적 여유와 안정을 보장받는 직업이란 인식이 강한데. A : “적어도 내 주변 의사들은 사명감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의사는 생명을 다룬다. 그래서 매사 진지해지고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도 의사라는 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좀 더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 한국에서 들려오는 뉴스를 들을 때 마음이 아프다.” 박형수(hspark97@joongang.co.kr)

2024-04-25

해외연수는 13분 초고속 심의…총선뒤 줄줄이 떠난 지방의원들

━ 세종시의회 의장, 총선 다음날 프랑스행 세종시의회를 비롯한 전국 여러 지방의회가 지난 10일 총선이 끝나자마자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25일 세종시의회에 따르면 이순열(더불어민주당) 의장은 총선이 끝난 다음 날인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의회사무처 직원 2명과 함께 프랑스 파리를 다녀왔다. 출장 경비는 항공료와 숙박비·식비 등으로 893만원이 들었다. 이 의장은 파리를 오가는 동안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 항공운임 비용 554만원을 의회 예산으로 썼다. 동행한 직원 1명에게 책정된 공무국외출장 예산(476만원)보다 훨씬 많았다. 이 의장은 출장목적으로 “파리의 탈탄소 도시정책과 친환경교통 정책을 세종시와 비교 분석하고, 파리시(의회)와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한다”고 썼다. 파리에 본부를 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통포럼 관계자를 만나는 것도 일정에 넣었다. 하지만 주말이 낀 지난 13일~14일은 콩코드 광장~몽마르트 구간 자전거 전용 도로 견학, 루브르 박물관·개선문 등 문화유적 방문 일정을 넣었다. ━ 의장 항공료 554만원…직원 여비보다 많아 이와 함께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의원 3명은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일본 출장을 진행 중이다. 전체 경비는 676만원이다. 행정복지위원회 의원 7명은 24일에서 다음 달 1일까지 스페인과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한다. 자치행정사법시스템과 자치경찰제 정책연구, 문화유산 활용 관광 정책 시찰이 목적이다. 출장 비용은 2788만원이다. 이들은 스페인에 들러 알람브라 궁전, 세비야 대성당 등 명소도 들른다. 세종시 정원도시 정책 제안을 이유로 유대인 지구 구시가지를 탐방한다. 교육안전위원회는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독일 출장을 떠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레지덴츠 관광 일정을 포함했다. 방문 목적은 “세계문화유산 교육자원 활용 방안 모색”이다. ━ "심의위 있으나 마나"…국외연수 3건 질의없이 통과 지난달 20일 열린 공무국외심사위원회는 3개 상임위 출장 안건을 특별한 의견 없이 통과시켰다. 회의록에 따르면 심의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13분간 진행됐다. 제안 설명을 들은 심의위 위원들은 질의 한번 없이 안건 3개를 모두 통과시켰다. 세종시의회는 의원 국외여비를 지난해 8700만원에서 올해 1억900만원으로 25.3%(2200만원) 늘렸다. 반면 세종시는 경기침체와 아파트 입주 감소 여파로 세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022년 77억원이던 행사·축제 경비를 지난해 64억원으로 줄인 데 이어 올해 53억원으로 더 줄였다. 집행부 공무원이 쓰는 기관운영 업무추진비도 지난해 6억1600만원에서 올해 5억4900만원으로 10.9%(6700만원) 깎았다. 전북도의회는 6개 상임위원회 중 5개 위원회가 국외연수 길에 올랐거나 곧 떠날 예정이다. 행정자치위원회는 24일~30일까지 프랑스를 방문한다. 환경복지위원회는 2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독일과 체코, 농산업경제위원회는 24일~30일까지 대만·싱가포르, 문화건설안전위원회와 교육위원회는 지난 22일부터 30일까지 영국으로 연수 일정을 잡았다. 예산은 위원회별로 3000만∼4000만원 수준으로, 일부는 자부담이다. ━ 광주 구의회 동남아·호주 출장…해외연수 규칙 완화 움직임도 광주광역시 기초의회는 외유성 국외공무연수 논란에 휩싸였다. 광주광역시 서구의회 의원 5명은 2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7박 9일 일정으로 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동남아 3개국을 방문한다. 서구의회 연수단은 25일부터 이틀 동안 태국 방콕에 머무르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아유타야’, 전망대로 유명한 킹파워 마하나콘 스카이워크, 대형 쇼핑몰, 수산시장, 수상가옥 등지를 찾는다. 27일부터 사흘 동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대표 관광지인 말라카, 말레이시아 국립박물관, 이슬람사원 등지를 방문한다. 동구의회도 구의원 6명이 25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호주와 뉴질랜드로 해외연수를 떠난다. 이중 농업과 임업·목축업 등 산업이 발달한 뉴질랜드 로토루아에서 동구에 적합한 관광산업 활성화 사례를 찾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구도심 중심 상업 중심지인 동구는 임업이나 목축업과 연관이 크지 않아 연수 계획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호주 일정은 오페라하우스와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하버브리지, 달링하버, 시드니올림픽파크 물 재활용시설, 바랑지구 탐방 등 관장지 일정이 많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 군위군의회는 지방의원 해외연수 규칙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군위군의회는 지난 16일 ‘국위군의회의원 공무국외출장 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을 발의했다. 기존 규칙엔 특별한 사유 없이 출장을 계획하거나, 임기만료를 앞둔 지방의회 선거가 있는 해에 공무국외출장을 제한할 수 있다. 반면 개정안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어도 의원 전원이 해외 출장을 갈 수 있다. ^의원 임기가 만료되는 해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도 해외 출장을 갈 수 있다는 등으로 완화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는 “지방의원들이 국외 출장을 다녀올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하는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종권(choi.jongkwon@joongang.co.kr)

2024-04-25

신청만 하면 '신분증 남·여' 바꾼다…유럽에 확산하는 이 법

독일·스웨덴·스페인 등 유럽 각국에서 성별을 쉽게 바꿀 수 있게 하는 법안 제정이 확산되고 있다. 트랜스젠더 등의 인권에 긍정적이란 평가와 ‘성별 사기’ 등에 대한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 EU “연령 제한 없는 성별 인정 지지” 독일 연방의회는 지난 12일 성별등록 자기결정법 제정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부터 만 18세 이상은 ‘남성’·‘여성’·‘다양’(divers)·‘기재 안 함’ 중 하나를 택해 등기소에 신고하면 성별을 바꿀 수 있다. 현재는 법적인 성별 전환에 정신과 의사 2명의 심리감정과 법원 결정문이 필요했지만, 트랜스젠더 등 당사자에게 굴욕감을 준다는 비판에 따라 바꿨다. 만 14~18세는 부모 또는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본인이 신고한다. 지난 17일 스웨덴은 법적 성별 변경 가능 연령을 기존 18세에서 16세로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내년 7월부터 ‘성별 위화감(gender dysphoria·태어날 때 부여된 성별이 자신의 성별이 아니라고 느끼는 경우)’ 진단서 없이 성별 변경 신청을 할 수 있다. 18세 미만은 보호자, 의사, 국립보건복지위원회 승인은 필요하다. 스페인도 16세 이상이면 의료 전문가 평가 없이 법적 성별을 변경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지난해 2월 가결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벨기에, 덴마크,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몰타, 노르웨이, 포르투갈 등도 자기 선언을 기반으로 한 간단한 법적 성별 인정 절차를 제공하고 있다. HRW는 “이런 움직임은 국제 의학적 합의와 인권 기준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앞서 트랜스젠더를 질병 분류에서 뺀 바 있다. 유럽연합(EU)의 ‘LGBTIQ 평등 전략 2020-2025’는 회원국 인권 기준으로 “자기 결정에 기초하고 연령 제한 없이 접근 가능한 법적 성별 인정”을 지지하고 있다. ━ “여성 혐오적인 법” 비판도 법안이 통과된 국가에서도 여론은 갈린다. 독일 현지 매체 여론조사에서 관련 법안에 대한 찬성과 반대 비율은 각각 46%, 41%로 팽팽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리는 트랜스젠더, ‘인터섹스’(남성·여성으로 구분할 수 없는 간성), ‘논바이너리’(한쪽 성에 속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규정하는 사람)를 존중한다”고 했다. 반면 보수 성향 기독민주당(CDU)의 마레이케 울프 의원은 “미성년자들이 적절한 상담 없이는 나중에 후회할 길을 선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좌파 성향인 자라 바겐크네히트 의원도 “남성이 단순한 언어 행위로 자신이 여성이라고 선언할 수 있다면 여성의 안전한 공간은 곧 과거의 일이 될 것이다. (해당 법은) 여성 혐오적인 법”이라고 비판했다. 스웨덴에서도 최근 여론조사 결과 관련 법 반대가 60%, 지지가 22%로 나타났다. 스웨덴 의원들은 6시간 동안 토론을 벌였다. 일단 “국민 대다수는 법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눈치 못 채겠지만, 다수 트랜스젠더에게 새 법은 변화를 가져온다”(요한 훌트버그 의원) 같은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스페인도 찬반양론이 뜨거웠다. 이레네 몬테로 평등부 장관은 “트랜스젠더는 아픈 사람이 아니다. 이 법은 모든 사람이 수치심 없이, 차별 없이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회주의 성향의 페미니스트 연합인 페미니스타스 소셜리스타스는 성명을 통해 “다른 나라에서 폐지되고 있는 법을 소수의 의지에 의해 시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일부 국가에선 악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달 르몽드의 보도에 따르면 일부 스페인 남성들이 “실용적인 이유로 성별을 바꾸고 싶다”는 뜻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더 쉽게 소방관, 경찰관이 되려고 여성의 경쟁시험에 응하고 싶다”, “자녀 양육권을 얻을 가능성을 높이고 싶다”, “성폭력 신고를 피하고 싶다”면서다. 청소년 사이에서 ‘성별 위화감’ 진단이 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1972년 세계 최초로 법적 성전환을 승인했던 스웨덴에선 13~17세 여성의 성별 위화감 진단이 2008~2018년 사이 1500% 늘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영국에선 2023년 말 기준 약 5800명의 어린이가 성전환 호르몬 치료를 원하는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다. ━ 헝가리·러시아는 ‘금지법’ 제정도 법 제정 전으로 돌리려는 움직임도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마드리드 의회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보호를 철회하라는 보수 성향 인민당(PP)의 제안을 지난해 12월 통과시켰다. 영국 정부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법 시행을 막아섰다. 스코틀랜드 의회는 16세 이상이면 자기 선언을 통해 법적 성별을 변경하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2022년 12월 가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영국 정부가 “영국 전역에 적용되는 평등법을 위반한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성별 변경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국가도 나오고 있다. 극우 성향으로 유명한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집권 중인 헝가리는 2020년 트랜스젠더의 법적 성별 변경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러시아 의회도 문서와 공적 기록에서 성별을 바꾸는 것은 물론 관련 의료 행위 일체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가디언은 “진보적이고 자유주의적인 국가에서 성전환에 대한 관용이 오랫동안 높았지만, 이 문제로 정당들도 내부 분열로 찢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유럽 보건 관계자들은 최근 수년간 청소년들의 성호르몬 치료 수요가 급증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일현(baek.ilhyun@joongang.co.kr)

2024-04-25

용산 "결과 만들고 회담하나" 野 "들러리냐"…이러다 공멸할 판 [view]

이쯤 되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시 전화통화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꼭 일주일 전, 전격적으로 통화하며 국민에게 ‘윤 대통령이 총선 민심을 예사로 보진 않구나. 야당도 수권정당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인식하고 있구나’는 기대를 심어줬다.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통화도 하면서 국정을 논의하자”(윤 대통령), “대통령께서 하시는 일에 도움이 돼야 한다”(이 대표)는 두 사람의 대화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한 것”(대통령실 관계자)이란 사후 해설도 정치권에서 보기 드물게 아주 아름다웠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였다. 양측은 그 이후 일주일째 한 발짝도 진도를 못 나가고 있다. 홍철호 정무수석과 천준호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이 25일 두 번째 만나 40분간 협상했지만, 회담 날짜조차 못 잡고 헤어졌다. 23일 1차 실무회동 무산 땐 아쉬움을 토로하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는 지경이 됐다. 1차 회동 직후부터 난관은 예상됐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 민생회복지원금, 대통령 거부권 사과 등 민감한 의제를 언급하며 대통령실에 “긍정이든 부정이든 사전 검토 의견을 달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어떤 의제든 상관없으니 미리 답을 정하지 말고 회담 테이블에 올리자”는 입장이었다. 이는 2차 회동에서도 그대로 되풀이됐다. 회동 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 입장은 결과를 미리 만들어 놓고 회담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준호 실장은 “대통령실이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양측은 3차 실무 회동도 추진할 방침이지만, 이미 두 차례 만남에서 평행선을 달리면서 회담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강조한 민생 해결 의지도 덩달아 빛이 바랬다. 총선 후 두 사람은 앞다퉈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윤 대통령), “먹고 사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이 대표)는 말들을 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이를 실천하기 위해 대승적으로 머리를 맞대기보다는 자기 입장만 되뇌고 있다. “상대를 적으로 돌리고 양보하지 않는 대치 상태가 이어지면 대통령실과 야당 모두 공멸할 것”(문희상 전 국회의장)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실을 향해선 꽉 막힌 정국을 풀고, 어떻게든 야당을 설득해 국정 활로를 열어젖히겠다는 의지를 못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은 협치를 끌어낼 절호의 기회인데 지나치게 방어적”이라며 “대통령실이 회담의 실질적 성과보다는 ‘이 대표를 만났다’는 명분 쌓기에만 신경 쓰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참모진에게 “낮은 자세로 민심을 겸허히 받들라”고 강조했던 윤 대통령의 주문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은 여당에서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당선인은 “총선 결과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이 대표를 향해선 “총선 압승을 등에 업고 위력 과시에 몰두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두 차례 회동에서 대통령실이 이미 부정적 입장을 밝혔거나, 향후 수사의 칼날이 대통령실을 겨냥할 수 있는 민감한 의제를 집중적으로 제시했다. 회담 당사자인 이 대표 본인이 “대통령실은 채상병 특검법을 수용해 국민 명령을 따르라”고 압박했고, 당 강경파는 “김건희 여사 의혹을 의제로 올려야 한다”(추미애 민주당 당선인)고 거들었다. 과거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야권 인사는 “회담 성과는 관계없이 대통령실만 몰아붙이면 그만이라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럴진대, 2차 회동 뒤 양측은 서로에게 책임을 돌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야당 대표가 각종 법안을 국회가 아닌 대통령과 만나 담판 짓겠다는 발상 자체가 반헌법적”이라며 “실무회동에서 답을 내라는 것은 불가능한 요구”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주자며 제시한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선 “내수를 잘못 자극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회담이 만나서 사진 찍고 끝내는 자리냐”며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일부라도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최소한의 의지를 기대했는데 오판이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대통령실은 ‘일단 만나자’는데, 일방적인 태도”라며 “총선에서 진 것은 정부ㆍ여당인데 왜 이 대표가 아무런 사전 합의 없이 용산에서 들러리를 서야 하냐는 반발이 거세다”고 말했다. 양측의 이런 양태에 대해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회담이 성사되기도 전에 회담 무산의 책임을 상대 진영에 돌리는 적대적인 ‘알리바이 정치’가 난무하는 양상”이라며 “이래서는 우여곡절 끝에 회담이 열려도 민생 성과를 기대하기가 힘들다”고 꼬집었다. 손국희.현일훈.강보현(9key@joongang.co.kr)

2024-04-25

꽃무늬에 호랑이 셔츠 충격…저커버그가 회색T 버린 이유

옷 고르는 시간도 아까워서 회색 티셔츠만 입는다던 마크 저커버그는 잊자. 페이스북ㆍ인스타그램을 거느린 메타의 최고경영자(CEO)인 그의 변신은 무죄다. 그는 최근 티셔츠 위에 은색 목걸이를 두르고 화상 연설을 했고, 인도 재벌가 결혼식에선 갖은 색상의 꽃이 수 놓인 인도 전통 의상을 입었다. 인도 전통 결혼식에 대한 예의라고는 하지만, 결혼식 본식이 아닌 곳에서도 그가 입은 옷엔 호랑이 무늬가 총천연색으로 수놓아져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이를 다룬 기사에 '마크 저커버그의 변신(metamorphosis)'이라는 제목을 달며 "너드(nerdㆍ괴짜)의 전형이었던 저커버그가 부드러워졌다"고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저커버그의 패션 변화는 큰 화제다. 그의 은목걸이 연설을 두고서는 "저커버그 본인이 맞는지 목걸이만 쳐다보다 정작 메시지는 놓쳤다"는 반응이 나왔을 정도라고 한다. NYT는 패션 전문가의 말을 빌려 "보다 민주화된 스타일을 갖게 됐다"고 표현했다. 저커버그는 수차례 인터뷰에서 "아침마다 옷을 고르는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를 아끼고 싶다"며 회색 티셔츠만 고수하는 이유를 설명한 적이 있다. 그 티셔츠는 한 벌에 300달러(약 41만원)하는 명품이긴 했으나, 그의 이 스타일은 저커버그만의 트레이드마크였다. NYT는 "저커버그는 이제 새롭고 더 느슨해진 스타일을 즐기고 있다"며 "열린 마음을 갖고 상대방과 대화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미지를 주려고 하는 듯하다"는 분석을 곁들였다. 창업 초기 회색 티셔츠만 입던 시절의 저커버그는 컴퓨터만 좋아하는 괴짜에, 세상에 불만이 많은 전투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변화의 조짐은 2021년부터였다고 NYT는 전했다. 당시 그는 인스타그램 인수 후 기업명을 메타로 바꾸면서 자신의 아바타를 공개했는데, 해골이 그려진 옷에다 우주복까지 있었다. 1984년생으로 올해 마흔인 그가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가족과 지인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변화가 일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는 의사인 중국계 미국인 프리실라 챈 박사와 사이에 딸 셋을 뒀다. 저커버그는 또 여러 종류의 무예도 취미로 하고 있는데, 상의를 탈의한 채 멍투성이가 된 채 수련하는 사진 올리는 것도 좋아한다. 회색 티셔츠를 안 입는 건 아니지만, 그의 옷장이 다채로워진 것만은 팩트다. NYT는 "저커버그도 드디어 패션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며 "새롭고 더 친근한 저커버그는 새로운 인물로 변신했다"고 전했다. 전수진(chun.sujin@joongang.co.kr)

2024-04-25

국회의장 후보들 "중립기어 안된다"…아예 대놓고 '친명 경쟁'

‘국회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은 당적(黨籍)을 가질 수 없다’(국회법 20조의2) 2002년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하는 국회법 개정과 함께 자리 잡은 ‘국회의장의 중립성 원칙’이 최대 위기에 처했다. 22대 국회에서 과반을 훌쩍 넘긴 더불어민주당 내 국회의장 후보자들이 잇따라 ‘탈(脫)중립’을 공언하면서다. 최근 국회의장직 도전을 선언한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5선)은 25일 MBC라디오에서 “여야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는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그럴 때는 국회의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협의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6선 고지에 오른 추미애 당선인도 지난 2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의장은 ‘중립 기어’를 넣으면 안 된다. 운전자가 ‘중립 기어’를 넣으면 타고 있던 승객은 다 죽는다”고 말했다. 다른 후보도 비슷하다. 6선 조정식 의원은 24일 “(22대 전반기) 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선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했고, 5선 우원식 의원도 25일 출사표를 던지며 “국회법이 규정한 중립의 협소함을 넘어서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장 중립은 87년 체제 이후 몇 차례 제도적 보완을 통해 가까스로 확립됐다. 박준규 전 의장(1998년 8월~2000년 5월) 시기 국회운영개선위원회가 제안한 국회의장의 ‘당적 이탈’ 제안이 2002년 국회법에 명문화되면서 시작됐다. 이에 따라 2006년 임채정 전 의장을 필두로 여대야소(與大野小) 국회에서 대통령이 국회의장을 내정하는 관행도 사라졌다. 2014년 시행된 국회선진화법에서 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엄격하게 제안하면서, 의장이 당의 압박에 휘둘리지 않을 명분도 주어졌다. 어렵게 자리매김한 국회의장 중립의 역사성이 뿌리째 흔들리게 된 것은 ‘강한 국회의장’을 원하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요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검찰개혁’ ‘언론개혁’ 법안이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의 중재에 지지부진하면서 4년 내내 ‘180석 줬는데 뭐 하냐’는 비판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법안 자체의 위헌성·반민주성보다는 책임의 화살을 의장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선 “더 이상 수박 국회의장은 필요 없다” “의장도 당심으로 뽑아야 한다” 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조국혁신당과의 선명성 경쟁도 민주당을 더 일방향으로 몰아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같은 ‘국회의장 편향성’에 대해 민주당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박지원 민주당 당선인은 25일 CBS라디오에서 “‘민주당에서 나왔으니 민주당 편만 든다’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며 “의장은 국민이 원하는 대로 민심대로 중립성을 지키면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출신인 조응천 개혁신당 의원도 24일 “(국회의장 후보들의 최근 행태는 운전기사가) 브레이크와 핸들마저 떼어버리고 가속 페달을 직접 밟고 폭주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의장이 다수당 편만 들겠다는 건 아예 정치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국회의장은 스포츠 경기의 심판과 같다. 심판이 특정팀만 편들면 경기가 제대로 되겠나”라며 “독립적으로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총선에서 45.04%의 유권자는 다른 정당을 찍었다”며 “민주주의에서 정치의 의미는 합의를 도출하려고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소수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번은 與, 한번은 野 보고 땅땅땅"…일방독주 막은 역대 의장들 국회의장은 국회 운영 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본회의장 의석 배정부터 본회의 안건 목록(의사일정) 작성, 질서유지권 발동 등 법에 명시된 권한만 90개가 넘는다. 국회의장에게 강한 중립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역대 의장 가운데엔 자신이 속한 진영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대화와 타협의 ‘마지막 보루’를 자처했던 이들이 적지 않았다. 두 차례 국회의장을 지낸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대표적이다. 전임 국회의장의 중도하차로 1993년 4월부터 1994년 6월까지 국회의장을 지낸 이 전 의장은 1993년 12월 자신이 속한 민주자유당 총재이자 현직 대통령인 김영삼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예산안과 정당법, 안기부법 등의 처리를 요구받았다. 이 전 의장이 즉석에서 “난 그런 거 안 합니다”라며 거부한 건 유명한 일화다. 민자당에서 “배은망덕한 배신자”라는 비난이 나왔지만, 이 전 의장은 여야 합의를 도출해 만장일치로 안기부법을 처리했다. 이 전 의장은 이후 새천년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겼고,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인 2000년 6월 재차 국회의장이 됐다. 이 전 의장은 취임사에서 “의사봉을 칠 때마다 한 번은 여당을 보고, 한 번은 야당을 보며, 마지막으로는 국민을 바라보며 ‘양심의 의사봉’을 칠 것”이라고 했다. 한 달 뒤 국회 운영위에서 민주당 주도로 자유민주연합(당시 17석)을 교섭단체로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날치기 처리되자, 그는 이번에도 본회의 직권상정을 거부하며 법 개정을 멈춰 세웠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까지 설득에 나섰으나 이 전 의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19대 후반기 새누리당 출신의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노동 5법과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해 “직권상정할 수 없다”고 버텨 화제가 됐다. 당시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를 찾아 정 전 의장을 설득했고, 새누리당에선 소속 의원 전체의 서명으로 직권상정을 압박했다. 이에 정 전 의장은 기자회견을 자처해 국회선진화법의 직권상정 요건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조항을 언급하며 “현 경제 상황을 직권상정이 가능한 비상사태로 볼 수 있느냐, 동의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대로 국회의장이 한쪽 편을 들면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17대 전반기 국회의 사립학교법 개정안 직권상정이나 18대 국회의 노조법, 금산분리(금융과 산업 분리) 완화법안 강행 처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김정재.오현석(kim.jeongjae@joongang.co.kr)

2024-04-25

"폭탄주 문화 싫었다"…'알쓰' 경찰서장이 관두고 와인병 든 사연

조강원(59)씨는 1년 차 신출내기 소믈리에다. 그런데 이 사람, 2년 전만 해도 500명을 지휘하는 경찰서장이었다. 직급은 ‘경찰의 꽃’이라 불리는 총경. 1983년 경찰대 3기로 입학한 조 소믈리에는 2022년 6월 일산동부경찰서장을 끝으로 명예퇴직했다. 그는 이제 제복 대신 진녹색 앞치마를 두르고 와인을 판다. 약장(略章)이 주렁주렁 달렸던 가슴팍에는 ‘I CAN SPEAK ENGLISH’라고 적힌 단출한 핀 버튼이 꽂혀 있었다. 25일 주류 전문매장 ‘보틀벙커’ 서울역점에서 만난 조 소믈리에는 “주변에 별로 알리지 않아서 우연히 고객으로 만난 경찰 시절 동료들이 깜짝 놀란다”며 싱긋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 소믈리에의 주량은 와인 반 병. 경찰 재직 시절에도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폭탄주를 부어라 마셔라 하는 문화가 정말 싫었다”며 “그나마 페이스대로 마실 수 있는 유일한 술이 와인이었다”고 말했다. 경찰 재직 시절 그는 외사경찰의 길을 걸었다. 1994년 프랑스 리옹 국비 유학, 2004년 인터폴 본부, 2013년 호주 총영사관 등 해외 파견과 2018년 경찰청 외사기획정보과장 근무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와인에 빠져들었다.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WSET 2급)을 딴 건 퇴직한 이후다. 조 소믈리에는 “와인을 향한 열정도 30년에 걸쳐 숙성된 것 같다”고 했다. 조 소믈리에는 “대테러 등 맡은 소임에서 성과를 냈다고 자부한다”면서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힘들었다”고 경찰 생활을 회고했다. 한시도 휴대전화를 손에서 뗄 수 없을 정도로 긴장의 연속이었다. 억울한 일을 당한 시민을 만나야 하는 업무가 버거울 때가 많았다고 한다. 퇴직 후에도 경찰 관련 직업과 거리를 둔 이유다. 그는 “냉철한 이성이 우선하는 게 경찰이라면 와인은 느슨한 감성이 작용한다”며 “늘 긴장 속에서 살다가 이완된 상태로 고객을 즐겁게 만드는 일을 하니까 재밌다”고 했다. 재취업 과정에서 총경 이력은 독이 되기도 했다. 지휘하고 보고받는 관리자 습관이 몸에 뱄을 거란 의심 탓이었다. 연거푸 서류와 면접에서 탈락하고 난 뒤에서야 간신히 현재 수입사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다고 한다. 때론 어린 선배에게 혼나기도 하면서 뻣뻣하게 굳은 ‘공무원 근육’을 풀 수 있었다. 단골도 생겼다. 그가 추천한 프랑스 와인을 샀다가 재구매하러 온 프랑스인이라고 한다. 조 소믈리에는 “김치 파는 미국인이 한국인한테 여수 갓김치를 추천하고 나서 맛있었다고 칭찬받은 셈이니까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최고령 신참이 된 지 1년. 와인 라벨 프린트 출력도 제대로 못해 쩔쩔매던 시기를 통과해 그는 28세 동료와 스스럼없이 지낸다. “다시는 유니폼을 못 입을 줄 알았는데 또 입게 됐네요. 그런데 훨씬 자유로운 느낌입니다.” 이영근(lee.youngkeun@joongang.co.kr)

2024-04-25

대통령실·이종섭·해병사령관 다 통화…채상병 의혹 키맨 오늘 조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해병대 소속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한 수사 외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본격적인 피의자 조사에 나선다. 채 상병이 폭우 피해 지역이었던 경북 예천군의 하천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던 도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지 9개월 만이다. 공수처는 이르면 26일 유재은(53·군법무관 14회)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유 관리관은 지난달 7일 자진 출석해 4시간가량 조사받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제외하면 공수처가 직접 소환한 첫 번째 피의자다. 또 장관의 법률 참모로서 당시 용산 대통령실, 해병대수사단 사이에서 연락을 주고받은 ‘키맨’으로 꼽힌다. 공수처는 지난 1월 해병대사령관 사무실과 국방부 검찰단·조사본부 등을 압수수색한 이후 지난 3개월간 압수물 분석과 포렌식 작업을 이어왔다. 이 전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 대사직을 사임하고 “빨리 조사해달라”고 압박했을 때도 공수처는 “압수물 분석과 참고인 조사로 이 대사에 대한 소환조사는 당분간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 대통령실-국방부-해병대 ‘메신저’ 역할 의심 공수처가 유 관리관에 주목한 건 지난해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채 상병 사망 사건 조사 기록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국방부-해병대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한 정황 때문이다. 해병대 수사단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쯤부터 약 1시간 30분간 사건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는데, 당일 오후 7시 20분 국방부 검찰단은 돌연 이 기록을 회수했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실-국방부-해병대사령부-경찰 관계자 사이에서 최소 십여통의 전화통화가 이뤄졌다. 특히 유 관리관은 이날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이종섭 전 장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도 통화했다. 공수처는 경북경찰청 간부에게 전화해 사건 기록을 회수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인물 역시 유 관리관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공직기강비서관실을 통해 국방부에 사건 기록 회수를 지시하고, 국방부는 유 관리관을 통해 해병대사령부 측에 이같은 지시를 하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 뒤집힌 조사 결과, 해병대 1사단장은 빠졌다 국방부 검찰단이 사건 기록을 회수한 지 20일 만에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책임이 있는 피의자의 명단은 대폭 축소됐다. 당초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해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여부가 의심된다는 기록을 경찰에 넘겼다. 하지만 지난해 8월 21일 국방부 조사본부 발표에선 채 상병 사망 당시 현장에 있던 대대장 2명에게만 혐의가 적용됐다. 공수처는 국방부 조사본부가 해병대 수사단과는 다른 결론이 담긴 조사 내용을 내놓는 과정에서 실무를 총괄한 박경훈 전 조사본부장에게도 출석을 통보한 상태다. 공수처가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 외압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지만 수사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선 야권을 중심으로 이른바 ‘채 상병 특검’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 핵심 변수다. 공수처 측은 “특검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일정과 계획에 맞춰 수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당장 다음 달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표결 처리할 방침이다. 채 상병 특검법이 최종 통과될 경우 관련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는 역할은 공수처에서 특검으로 넘어간다. ━ ‘수장 공백’ 공수처…용산 압수수색할까 수사 과정에서 주요 사안을 조율·판단해야 할 지휘부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도 문제다.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은 지난 1월 20일 임기 만료로 퇴임했고 이후 3개월째 신임 공수처장과 차장은 임명되지 않고 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 이명순·오동운 변호사를 최종 후보로 추천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두 달간 지명을 미루고 있다. 특히 채 상병 사망 수사외압 의혹은 참고인·피의자가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로 소환조사나 압수수색 등 수사 진행상의 주요 분기점마다 정밀한 정무적 판단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공수처 내부에서조차 “선장이 없는 탓에 언제든 배가 뒤집히거나 표류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는 상황”이라는 불안감이 상당하다고 한다. 정진우(dino87@joongang.co.kr)

2024-04-25

[뉴욕유가] 1분기 美GDP·지정학적 위험에 상승

[뉴욕유가] 1분기 美GDP·지정학적 위험에 상승 (뉴욕=연합뉴스) 정선영 연합인포맥스 특파원 = 뉴욕 유가는 미국의 실망스러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지정학적 위험에 상승했다. 2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6월 인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0.76달러(0.92%) 상승한 배럴당 83.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6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0.99달러(1.12%) 오른 배럴당 89.01달러에 거래됐다. 시장 참가자들은 1분기 GDP가 월가 예상치를 밑돈 가운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물가 상승) 가능성이 불거진 점에 주목했다. 미국 상무부는 계절 조정 기준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연율 1.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 2.4%를 밑돌았다. GDP 성장률과 함께 발표된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3.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 수치인 1.8%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장초반 GDP 성장률 수치에 일부 진정됐던 유가는 다시 상승폭을 키웠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졌으나 본격적인 경기 침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은 새로운 국면으로 심화됐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 준비를 위해 그동안 가자지구에 잔류시켰던 주력 보병 여단을 철수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라파 등에서 진행할 향후 작전 준비를 위해 나할 보병여단을 가자지구에서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라파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침공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가는 다시 상승 압력을 받았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면전 우려가 완화되면서 하락했던 유가는 그동안의 매도 포지션이 일부 정리되는 양상을 보였다. 파이퍼샌들러의 얀 스튜어트는 CNBC에 "미국 경기침체 확률을 줄였다"며 실업률은 낮고, 전망도 나쁘지 않아 원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끝) 국제뉴스공용1

2024-04-25

이스라엘군 주력 보병여단 가자서 철수…"라파 공격 준비"(종합)

이스라엘군 주력 보병여단 가자서 철수…"라파 공격 준비"(종합) AP 통신 "이스라엘군 라파 인근에 탱크·장갑차 수십대 집결시켜"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 준비를 위해 그동안 가자지구에 잔류시켰던 주력 보병 여단을 철수시켰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라파 등에서 진행할 향후 작전 준비를 위해 나할 보병여단을 가자지구에서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이 보병여단이 맡아온 '넷자림 통로'(Netzarim Corridor) 보호 임무는 새로 투입된 679기갑여단과 2보병 여단이 담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넷자림 통로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분할하기 위해 남부 베에리 인근 가자지구 동쪽 분리 장벽에서 서쪽 지중해 해변까지 뚫은 관통 도로다. 이스라엘군은 앞서 지난 7일 가자지구에 투입했던 병력 대부분을 철수시키면서도 이 통로를 지키려고 나할 보병여단을 남겼다. 나할 보병여단은 1982년 창설 이후 2차례의 레바논 전쟁, 1∼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주민의 대이스라엘 봉기) 등 주요 전쟁과 대규모 작전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 주력 보병여단이 재정비 등을 위해 철수하면서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군 진입 작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에 한층 힘이 실린다. 이스라엘은 최근 라파 인근에 피란민 대피를 목적으로 대규모 텐트촌을 조성하고, 이스라엘군 수뇌부도 이집트를 방문해 라파 공격 문제를 논의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또 AP 통신은 이스라엘군이 라파 인근에 탱크와 장갑차 수십 대를 집결시키고 있다면서, 이는 라파 공격을 위한 준비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meolakim@yna.co.kr (끝) 김상훈

2024-04-25

아르헨, 이란과의 '30년 앙금' 재소환…이스라엘 측면 지원?

아르헨, 이란과의 '30년 앙금' 재소환…이스라엘 측면 지원? '380여명 사상' 1994년 폭탄테러 지시 의혹 이란 내무장관 체포 촉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친(親)이스라엘 외교 행보를 보이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최근 이스라엘과 무력 충돌을 빚은 이란과의 과거 악연을 재소환하며, 국제사회에 이란 정부 각료의 체포를 촉구했다. 25일(현지시간) 라나시온과 클라린 등 현지 일간지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정부의 파트리시아 불리치 치안부 장관과 디아나 몬디노 외교부 장관은 지난 23일 파키스탄과 스리랑카에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의 체포를 요청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바히디 이란 장관은 이번 주에 두 나라를 찾은 바 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핵심 각료로 꼽히는 두 장관은 성명에서 "바히디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적색 수배 대상"이라며 "1994년 폭탄 테러에 책임이 있으면서도 아무런 처벌 없이 권력을 누리는 자의 신병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앞서 1994년 7월 18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아르헨티나·유대인친선협회(AMIA) 건물 폭탄 테러로 85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쳤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이란과 연계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배후 세력으로 지목했고, 아르헨티나 검찰 역시 "이란의 지시가 있었음이 인정된다"며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바히디 장관을 꼽은 바 있다. 또 당시 이 사건 수사를 맡았던 알베르토 니스만 아르헨티나 특별검사가 사건관련 비공개 의회 청문회 하루 전인 지난 2015년 1월 18일 숨진 채 발견돼, 그의 사망 경위를 두고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란 외무부는 1994년 사건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우리 국민에 대한 아르헨티나 측 불법적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보도했다.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은 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가 이란을 향한 30년 묵은 앙금을 다시 끄집어낸 건, 상대방 본토를 직접 타격하며 중동 전체를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몰고 간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그 배경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이란의 '호전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스라엘을 측면 지원하기 위한 목적 아니냐는 취지다. 취임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밀착해온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아르헨티나가 이스라엘의 동맹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밀레이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유대교 율법서인 토라 공부를 하며 국내외 유대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란과 관계 정상화를 꾀했던 좌파 페론주의 계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려는 정치적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주요 국제언론에서 극우파로 분류한다. walden@yna.co.kr (끝) 이재림

2024-04-25

시들해지는 비트코인…블랙록 현물 ETF 순유입액 첫 '제로'

시들해지는 비트코인…블랙록 현물 ETF 순유입액 첫 '제로'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가상화폐 비트코인 수익성에 대한 기대감이 시들해지면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일일 순유입액이 처음 '제로'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 가상화폐 전문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의 하루 순유입액은 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 10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고 이튿날부터 거래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현물 ETF는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약 50% 상승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블랙록의 ETF는 SEC가 승인한 11개 ETF 가운데 유입된 자금 규모가 가장 크다. 블랙록 ETF는 거래 시작 이후 약 154억 달러(21조1천75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으며, 기존에 운용하던 비트코인 펀드(GBTC)를 ETF로 전환한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 ETF의 순유출액 169억 달러를 상당 부분 방어했다. 지금까지 11개 현물 ETF를 통한 순유입액은 123억 달러에 달한다. 블랙록의 ETF 순유입액이 '제로'를 기록하면서 지난 24일 하루 전체 현물 ETF도 4일만에 순유출로 돌아서며 1억2천6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전날 6만6천달러대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 가격도 6만4천달러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블랙록 비트코인 ETF는 그동안 성과가 두드러졌지만, 가상화폐 열기가 식으면서 이제 투자자들은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미 동부 시간 이날 오후 3시 20분(서부 낮 12시 20분) 현재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전날보다 0.62% 오른 6만4천712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이날 미 상무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크게 밑돌면서 6만2천700달러대까지 아래까지 떨어졌다가 하락 폭을 만회했다. taejong75@yna.co.kr (끝) 김태종

2024-04-25

바이든, 뉴욕주서 마이크론 보조금 발표하며 "반도체 제조업 붐"

바이든, 뉴욕주서 마이크론 보조금 발표하며 "반도체 제조업 붐" "美 경제 강력"…대선 앞두고 반도체투자 앞세워 경제 성과 부각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의 11월 대선에서 재선 도전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자국 최대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러지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직접 발표하고 반도체 제조업 부흥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마이크론이 신규 공장을 건설 중인 뉴욕주 시러큐스를 방문했다. 그는 마이크론의 1천250억달러 투자 및 상무부의 61억달러 규모의 보조금 지급 방침에 따라 뉴욕주와 아이다호주에 마이크론이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립한다고 언급한 뒤 "이는 두 주의 역사상 가장 큰 민간 분야 투자"라면서 "두 주에서 7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첨단 반도체를 개발했으나 첨단 반도체 생산량인 '제로'라는 점을 재차 거론하면서 "오늘이 중요한 것(big deal)은 그 때문이다. 우리는 첨단 반도체 제조를 40년 만에 미국으로 다시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현대 경제의 기둥인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변화시킬 것이다. 그것은 미국에서 첨단 반도체의 연구, 설계, 제조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면서 "이제 시작"이라고 역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미국에 투자하라) 어젠다와 관련, "8천250억 달러의 민간 부문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는 (취임 전에는) 하나도 없던 것"이라면서 "전국적으로 제조업 붐, 청정에너지 붐, 반도체 붐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 창출, 저(低) 실업률 등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를 갖고 있으며 이는 사실"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법 등 자신의 주요 입법에 대해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했었다고 거론한 뒤 "투자와 일자리의 대규모 증가를 목격한 뒤 그들은 말을 바꿔서 이제는 '중요하다'라고 하고 있다. 나는 이런 전향을 환영한다"며 자신의 치적을 내세웠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대선 경합주인 애리조나주를 찾아 자국 반도체 업체인 인텔에 역대 최대 규모의 보조금 지급 방침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 기업에 대한 반도체법 보조금 지급을 잇달아 직접 발표한 것은 이에 따른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의 성과를 부각하기 위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전략의 중심에 이른바 '바이드노믹스'(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 및 그 성과)를 놓고 있다. 다만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실제 유권자의 체감이 낮다는 지적에 따라 '바이드노믹스'라는 표현 자체는 최근 직접 사용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나아가 뉴욕주의 경우 마이크론의 첫 공장이 2028년에나 문을 여는 등 반도체 기업들의 공장이 실제 가동되는 데는 11월 대선과 시차가 있다고 AP통신 등은 지적했다. soleco@yna.co.kr (끝) 강병철

2024-04-25

美대법, 면책특권논란 심리…판결에 또 정치적 명운 걸린 트럼프

美대법, 면책특권논란 심리…판결에 또 정치적 명운 걸린 트럼프 6대3 보수 우위 연방 대법원의 판결 결과와 결정시기에 관심 쏠려 NYT "하급심으로 돌려 보낼 듯"…대선 前 형사재판 물건너가나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미국 연방대법원은 25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내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난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와 관련한 면책 특권 주장에 대한 심리를 청취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지난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로 자신을 기소하자 대통령 재임 시절 행위는 퇴임 이후에도 면책특권 대상이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해석을 의뢰했다. 하지만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퇴임 대통령은 재임시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결정해 트럼프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트럼프측은 연방대법원에 항고하며 1심 법원의 판결 효력을 중단해 달라는 요청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백악관 복귀를 노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정치적 명운이 결정될 처지에 놓이게 돼 대법원의 이날 심리에 관심이 쏠렸다. 또 판결 시점에 따라 대선 이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한 재판이 속개될 수 있을 지 여부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11월 대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판결 결과 뿐만 아니라 판결 시점도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6대3 보수 우위로 재편된 미국 연방대법원은 앞서 일부 민주당이 장악한 주(州)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을 문제 삼은 데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대법원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 측과 검찰 측이 참석한 가운데 전직 대통령의 재임시 활동에 대한 면책특권 인정 여부를 놓고 집중적인 심리를 벌였다. 뉴욕타임스(NYT)는 "다수인 보수 대법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뒤집기 혐의와 관련해 범위를 좁히는 쪽에 무게를 두는 입장을 취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 주장을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이 같은 판결이 나올 경우 대법원은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내 공무상 행위와 사적인 행위를 구분하는 판결을 내리라고 명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럴 경우 오는 11월 대선 이전 관련 혐의에 대한 재판 시작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법관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 주장 자체는 기각하는 분위기였지만, 그 방식은 연방 특검의 관련 재판을 상당히 지연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심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측은 재임 시절 정적에 대한 살해 명령을 내리거나 쿠데타를 계획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면책 대상이라는 극단적 논리를 밀어붙였다. 보수 대법관들은 이에 동조하는 대신 대통령의 통치권이라는 일반적 개념에 초점을 맞춰 주장을 펼쳤다. 닐 고서치 대법관은 "우리는 시대를 위한 판결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고, 브렛 캐버노 대법관도 "이 사건은 미래의 대통령과 우리 나라를 위해 엄청난 함의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새뮤얼 얼리토 주니어 대법관은 "안정적인 민주 사회에서는 석패한 후보라도 평화롭게 공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하급 법원 판결에 우려를 표하면서 "이는 전직 대통령이 기소됐으니 기소해야 한다는 소리 같다"며 "왜 우리가 이 사건을 돌려보내거나 그것은 법이 아니라는 견해를 표명해서는 안 되느냐"고 검찰측에 질의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안정적인 민주 사회에서는 공직자에 대한 좋은 믿음이 필요하다"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에 무게를 실었다. 대법원이 이날 심리를 마침에 따라 회기가 종료하는 6월말이나 7월초 이전 어느 시점이나 판결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주요한 이슈의 경우 회기 종료에 맞춰 판결을 내놓는 것이 통례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다만 7월초 판결이 나올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요구가 기각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대선 이전 재판이 진행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빠른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 논란을 둘러싼 판결에서도 이례적으로 속도를 높인 바 있다. 한편 이날 심리가 열리는 연방대법원 건물 외부에는 100여명 이상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kyunghee@yna.co.kr (끝) 김경희

2024-04-25

'MS 투자' 사이버보안 업체 루브릭 상장 첫날 장중 25% ↑

'MS 투자' 사이버보안 업체 루브릭 상장 첫날 장중 25% ↑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마이크로소프트(MS)가 투자한 업체로 주목받는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루브릭(Rubrik)이 상장 첫날인 2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미 동부 시간 기준 이날 오후 2시 현재 루브릭 주가는 공모가 대비 16.51%나 오른 37.28달러(5만1천260원)에 거래됐다. 장 초반에는 25% 폭등한 4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가총액은 8억7천641만 달러(약 1조2천50억원)에 달한다. 클라우드 및 데이터 보안 업체 루브릭은 상장 전부터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회사 측은 애초 공모가 희망 범위를 주당 28∼31달러에 설정했으나 공모가는 최상단보다 높은 32달러에 책정됐다. 루브릭은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2천350만주를 매각하면서 7억5천200만 달러를 조달했다. 이는 최근 2년 내 미국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중에서는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자료를 기준으로 루브릭의 기업 가치는 56억 달러에 달한다. MS는 2021년 루브릭의 가치가 40억 달러로 평가받을 때 투자에 나섰다. 정확한 투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2013년 설립된 루브릭은 현재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등 금융권은 물론 엔비디아를 포함한 다양한 기업들, 정부와 대학 등 6천100곳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2023년 회계연도에 루브릭은 3억5천4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2억7천800만 달러 손실에 비해 늘어난 규모다. taejong75@yna.co.kr (끝) 김태종

2024-04-25

美대학서 親팔레스타인 시위대 수백명 체포돼…경찰과 곳곳 충돌

美대학서 親팔레스타인 시위대 수백명 체포돼…경찰과 곳곳 충돌 에머슨대 108명 연행·경찰 4명 부상…USC 93명·텍사스대 34명 체포 컬럼비아대에선 협상 중…"대학들 졸업식 앞두고 시위대 진압 서둘러"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의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렬해지는 가운데 시위대 수백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미 전역의 대학 캠퍼스 곳곳에서 경찰은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키려 진압 수위를 높였고, 학생들이 이에 거세게 저항하면서 양측 간 몸싸움과 실랑이가 이어졌다. 특히 대학 측은 다음 달 졸업식 시즌을 앞두고 교내를 정리하기 위해 경찰 투입을 서두르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 미 동부부터 서부까지 학생 시위대-경찰 대립 격화 25일(현지시간) 미 동부의 보스턴 경찰국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보스턴의 에머슨대에서는 시위대 108명이 경찰에 체포됐고, 학생들이 이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4명이 다쳤다. CNN 계열 지역방송 WHDH의 영상에는 진압 장비로 무장한 경찰이 밤새 시위대를 해산시키려 시위대를 몰아가는 모습이 담겼다. 온라인에 퍼진 여러 영상에는 학생들이 서로 팔짱을 끼고 우산을 이용해 경찰에 저항하는 모습과 경찰들이 시위자들을 바닥으로 떠미는 모습 등이 담겼다. 에머슨대는 이날 수업을 모두 취소했다. 로스앤젤레스 경찰국(LAPD)에 따르면 전날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도 시위대 93명이 체포됐다. 이 대학 내 체포 과정에 부상자는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LAPD는 대학 측의 요청에 따라 경찰력을 캠퍼스에 계속 배치하고, 신분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이 교내에 들어와 해산하지 않을 경우 무단 침입 혐의로 체포하겠다고 경고했다. 텍사스주 공공안전부는 전날 오후 9시 기준으로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 시위와 관련해 34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 캠퍼스에는 시위가 시작된 직후 기마대를 포함해 진압봉 등으로 무장한 텍사스주 경찰이 대규모로 출동해 학생들을 강제로 해산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물리력이 행사되기도 했다. 이곳에서 체포된 이들 중에는 지역 매체 폭스7의 사진기자도 포함돼 있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지역 방송 영상에는 이 기자가 현장에서 쓰러져 피를 흘리는 모습이 포착됐고, 경찰은 응급 의료진을 불렀다. 텍사스대 3학년 학생 데인 어쿼트는 경찰의 교내 진입과 시위대 체포가 "과잉 대응"이라고 비난하면서 경찰이 무력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평화롭게 유지됐을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경찰이 떠난 뒤 텍사스대 시위대 약 300명은 잔디밭에 앉아 경찰과 학교 측에 항의하는 구호를 외쳤다. 샌프란시스코의 북쪽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 폴리테크닉대 훔볼트 캠퍼스에서는 시위대가 사흘째 건물 안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학교 측은 지난 주말 이후 캠퍼스를 폐쇄하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하버드대에서는 학교 측이 대부분의 출입문을 잠그고 광장 진입을 차단하는 등 시위를 차단하려 애썼지만, 전날 '하버드 학부 팔레스타인 연대위원회' 활동금지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고 시위대가 농성 텐트 14개를 설치했다. 미국의 수도이자 정치의 중심지인 워싱턴DC에서도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본격화해 캠퍼스 내 텐트 농성이 시작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오전 조지워싱턴대 캠퍼스 중심부에 약 30개의 시위 텐트가 설치됐다. 시위대는 캠퍼스 밖 거리에서도 시위를 벌이며 "지금 당장 (가자지구) 점령을 끝내라"는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워싱턴DC의 또 다른 대학교인 조지타운대에서도 이날 오전 약 100명의 시위대가 교내 힐리홀 계단에 모여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란 구호를 외쳤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뉴욕대에서 시위대 133명이, 예일대에서 48명이 각각 경찰에 연행됐다. 컬럼비아대에서는 지난주부터 경찰의 진압으로 시위대와 학교 당국 간의 갈등이 첨예해진 가운데 전날 양측이 협상 시한을 48시간 더 연장해 협상을 계속 진행중이다. 컬럼비아대에는 텐트 약 60개가 남아있으며 경찰이 캠퍼스를 둘러싸는 금속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 보안이 엄격하게 유지되고 있다. 공화당 소속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전날 컬럼비아대를 방문해 네마트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시위가 빨리 진압되지 않을 경우 "주 방위군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학생들 "가자전쟁 반대, 이스라엘과 관계 끊어라" 요구 학생들은 각 대학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기업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이스라엘 자체와도 거리를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마다 조금씩 내용은 다르지만, 대체로 학생들은 ▲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는 업체와의 거래 중단 ▲ 이스라엘 기업 등으로부터 돈을 받는 자금 매니저로부터의 기부금 수락 중단 ▲ 이스라엘로부터 받는 자금을 더 투명하게 공개할 것 ▲ 시위로 징계받거나 해고된 학생·교직원에 대한 사면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버드대 학생과 교직원으로 구성된 '점령지 팔레스타인에서 하버드를 빼내자'(Harvard Out of Occupied Palestine)라는 이름의 단체는 이날 성명에서 하버드가 이스라엘과 결별하고 "팔레스타인의 학문적 이니셔티브, 커뮤니티, 문화에 자원을 재투자"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상당수의 캠퍼스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는 '팔레스타인의 정의를 위한 학생 연합' 등 학생 단체에 의해 조직되고, 이슬람교와 유대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과 교직원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 주최 측은 폭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일부 유대인 학생들은 캠퍼스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며 시위대의 반유대주의적인 구호로 인해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시위대와 대치 중인 각 학교 측은 연중 최대 행사인 졸업식을 앞두고 공권력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미국의 주요 대학은 대부분 5월에 졸업식을 연다. 학교 중심부에 시위 텐트가 가득 들어찬 상태로 졸업식을 열 수는 없다는 것이 학교 측의 입장이다. AP통신은 "졸업식이 다가옴에 따라 각 대학이 시위를 빨리 끝내기 위해 경찰을 신속하게 불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mina@yna.co.kr (끝) 임미나

2024-04-25

美, 물가 안 잡히는데 성장은 둔화…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고개(종합2보)

美, 물가 안 잡히는데 성장은 둔화…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고개(종합2보) 1분기 성장률 1.6%로 예상치 크게 하회…개인소비 덕분 성장세는 유지 연준 선호 물가 상승에 증시 일제 하락…금리인하 지연 가능성에 촉각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 가운데 경제 성장률이 큰 폭으로 둔화하면서 경기는 침체하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선호하는 물가 지표가 시장의 기대보다 높을 것이라는 예상에 금리 인하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이 연율 1.6%로 집계됐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작년 4분기(3.4%)와 비교할 때 성장률이 반토막 수준으로 크게 둔화한 것은 물론이며, 전문가들의 1분기 전망치(2.4%)보다 한참 낮았다. 이는 2022년 2분기의 -0.6% 성장률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2022년 3분기에 2.7% 성장으로 돌아선 뒤 그해 4분기 2.6%, 작년 1분기 2.2%, 작년 2분기 2.1%, 작년 3분기 4.9%, 작년 4분기 3.4% 등 6분기 연속으로 2%를 넘는 성장세를 보여왔으나 올해 1분기에 1.6%로 위축됐다. 상무부는 1분기 성장률이 작년 4분기보다 둔화한 이유로 개인 소비와 수출, 주(州) 정부와 지역 정부 지출 증가세가 감소했고, 연방정부의 지출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상무부 발표 이후 뉴욕증시 다우지수가 600포인트 이상 빠지는 등 3대 지수 모두 1% 이상의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고 이후 일부 낙폭을 줄였으나 완전 회복하지는 못했다. 성장률 둔화만 놓고 보면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3.4% 증가하면서 작년 4분기의 1.8%를 크게 상회했다. 작년 1분기의 4.2% 증가 이후 가장 큰 상승이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가 1분기에 3.7% 증가했는데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3.4%보다 높았다. 연준이 물가 목표 달성을 판단할 때 준거로 삼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작년 3분기와 4분기에는 증가율이 각각 2.0%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연준이 물가를 잡으려는 상황에서 경제성장률 둔화를 꼭 우려할 필요는 없지만, 고금리가 물가를 낮추지 못하고 경제활동만 위축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분석업체 매크로폴리시 퍼스펙티브의 경제학자인 콘스턴스 헌터는 NYT 인터뷰에서 "경기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뜻밖이었다"고 말했다. 상무부는 오는 26일에 3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를 발표하는데 이날 상무부가 발표한 1분기 PCE 가격지수를 고려하면 3월 가격지수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거나 이미 발표한 1·2월 가격지수가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이에 따라 시장이 당초 올해 상반기로 기대했던 금리 인하가 최소 하반기로 미뤄지고, 연준이 오히려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WSJ은 "보통 기대 이하의 성장률은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희망을 키운다"면서도 "하지만 계속되는 가격 압력이 그런 전망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지금은 개인소비가 성장률을 떠받치고 있지만, 기업 투자가 감소한 가운데 소비마저 줄면 경제가 급격히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분기 개인소비 증가율은 2.5%로 작년 4분기의 3.3%보다 낮았다. 미국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소비의 1분기 경제성장률 기여도는 1.68%포인트다. 의료와 금융, 보험 등 서비스 부문 소비가 증가한 반면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휘발유와 기타 에너지 제품 등 상품 소비가 줄었다. 민간투자 증가율은 3.2%로 작년 4분기의 0.7%보다 높았다. 특히 주택투자 증가율이 13.9%로 작년 4분기의 2.8%를 크게 상회했다. 다만 주택을 제외한 투자 증가율은 2.9%로 작년 4분기의 3.7%보다 낮았다. 1분기에 수출이 0.9%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수입 증가율은 7.2%를 기록했다. 수입은 GDP 산정에 마이너스로 작용하는데, 수입의 1분기 경제성장률 기여도는 -0.96%포인트였다. 연방정부 지출은 0.2% 하락했는데 특히 국방 분야 지출이 줄었다. 금융그룹 ING의 수석국제이코노미스트인 제임스 나이틀리는 "소비자가 여전히 왕이고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고 있지만 기업들은 투자를 매우 주저하고 있다"며 "소비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성장동력이 매우 빨리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bluekey@yna.co.kr (끝) 김동현

2024-04-25

아르헨 중앙은행, 또 기준금리 한꺼번에 10%p 인하…연간 60%로

아르헨 중앙은행, 또 기준금리 한꺼번에 10%p 인하…연간 60%로 작년 기준금리 133%에서 12월 밀레이 취임 이후 73%포인트 내려 금리인하 신중한 주요국과 반대…16년만의 재정흑자 지속 가능성 논란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10% 포인트 인하했다고 현지 경제전문 매체 암비토가 2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작년 12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취임 이후 4번째 금리 인하로 이번 달에만 두 번째다. 아르헨티나 기준금리는 작년에 133%까지 치솟았으나 밀레이 정부 출범 5개월도 안 돼서 기준금리를 절반이 넘는 73% 포인트 내려면서 연 60%가 됐다. 이는 월 5%로 연간 실효이자율은 79.6%가 됐다. 아르헨티나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지난 3월 287.9%를 기록했다. 밀레이 대통령 취임 이후 3월 말까지 누적 물가상승률이 90%를 기록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73%포인트나 인하한 것은 세계 주요 통화당국이 인플레이션을 고려해서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상반된 결정이다. 세바스티안 메네스칼디 이코노미스트는 "4월 물가상승률이 9% 정도로 예측되며, 일부 경제학자들은 코어인플레이션을 5∼7%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중앙은행은 물가상승률 둔화에 힘입어 금리 인하 전략을 사용함으로써 대출 금리 인하로 민간 부문 대출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마이너스 금리를 피해 유동성이 금융 달러로 몰려 환율 상승 효과를 기대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의 금리 전략은 전에는 고공행진 하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인상했다면, 이제는 물가와는 상관없이 유동성이 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로 몰리기를 바라기 때문에 인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대국민 연설에서 정부 재정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총생산의 0.2%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8년 이후 16년 만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것으로, 지방정부 지원금 삭감, 공공사업 중단 등 고강도 재정 긴축 정책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내용을 분석하면 재정 흑자는 각종 보조금 대폭 삭감, 공공사업 중단, 은퇴자 연금 및 공무원 월급 등의 물가상승률을 밑도는 낮은 인상 등에 의한 것으로,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속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야심에 찬 밀레이 정부의 개혁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재정 흑자의 수치보다 그 내용이 더 중요하며, 사회 취약층 보호를 잊지 말라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밀레이 대통령의 긴축 재정 정책의 고통이 오로지 서민들에게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국립대 예산 동결로 화가 난 시민들은 지난 23일 전국 각지에서 100만명 이상이 모여 항의시위를 벌였고, 아르헨티나 노동총연맹'(CGT)은 오는 5월 1일 '노동자의 날'에 대규모 행진을 벌이고, 제2차 총파업(9일)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sunniek8@yna.co.kr (끝) 김선정

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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